"김영주 화날만해" vs "차라리 무소속이 낫지" 흔들리는 영등포 민심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 2024.03.14 11:16

[the300][2024 총선 핫플레이스] 서울 영등포갑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영주 영등포갑, 박용찬 영등포을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12. (공동취재) 2024.03.12. photo@newsis.com /사진=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서울 영등포갑 지역구가 오는 4.10 총선에서 예상 밖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한 김영주 의원이 당의 하위 평가에 반발,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갑 출마를 선언을 하면서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영등포갑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고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전략공천했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갑에선 전·현직 민주당 간 격돌이 펼쳐지게 됐다.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13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가 들어본 서울 영등포갑의 민심은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뼛속까지' 민주당 지지자라고 하는 이들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도 뚜렷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한 듯 했다. 특히 김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힘 이적을 두고 적잖이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잘 한 선택이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두 후보 모두 영등포에서 뼈가 굵은 정치인들이다. 김 의원은 4선 중진으로 문재인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가졌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도 역임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9일 민주당으로부터 현역 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은 뒤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적을 옮겼다.

채 전 청장은 이종걸·전병헌 의원실 보좌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거쳤다. 2018년 7월 지방선거에서 영등포구청장에 당선됐는데, 당시 서울 25개 지방자치단체장 중 최연소였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예비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쇼핑몰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2024.03.05. photo@newsis.com /사진=조성봉

지역 민심은 확연히 갈렸다. 영등포시장 옆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80대 A씨는 영등포동에서만 70년 넘게 살았다며 스스로를 '민주당 골수 지지자'라고 표현했다. 지난 21대 총선 때 김 의원을 찍었다는 그는 김 의원의 탈당보다 국민의힘 입당이 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며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면 무소속으로 나왔어도 자기 표를 가지고 갔을 것 같다"고 했다.

영등포시장 동남종합상가에서 60년 넘게 의류 판매를 해왔다는 80대 B씨도 김 의원의 탈당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B씨는 "배신감이 들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당에서) 평가를 안 좋게 받았다면 노력을 더 하든가 했어야 하지 않나.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라 마음도 갈아입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채 후보를 찍을 이유도 없지만 김 의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김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힘 입당에 호응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등포동에 살며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상가에서 자영업을 40년째 하고 있다는 70대 C씨는 "(국민의힘으로) 잘 왔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지난 국정감사 때 야당이 정부를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모습만 보여서 별로였는데 김 의원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탈당에 대해서도 "평가 받고 화날만 했다"며 "나는 김영주 의원을 뽑겠다"고 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을 가졌다는 영등포구 도림동의 60대 D씨는 "괜히 다른 당 찍었다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까봐 걱정된다"며 "우선 당을 보고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영주 영등포갑 국회의원 후보, 박용찬 영등포을 국회의원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채 후보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30대 E씨는 "채 후보는 젊은이들에게 투자를 많이 했고 도서관 리모델링도 잘 하긴 했다"며 "전에는 김 의원을 뽑았는데 지금은 김 의원을 뽑아야 할지, 민주당을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못마땅해하는 이도 있었다.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F씨는 영등포동에 오래 살았다며 "둘 다에게서 지역을 위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지역구에서 3번이 아니라 5번을 했다고 해도, (김 의원이) 탈당을 해서 당적을 옮긴다는 건 결국 업으로써의 정치만 원하는 것 아니냐"며 "무소속으로 나와 '영등포는 당이 아니라 나를 보고 뽑는다'는걸 멋지게 증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후보도 마찬가지다"라며 "지방선거 패배 후 정말 억울했고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구청장으로 도전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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