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데뷔한 플레이브는 2D(2차원) 캐릭터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인 본체가 버추얼 장비를 착용해 행동과 목소리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음악 방송, 쇼케이스, 팬미팅 등은 사전 녹화와 실시간 중계 영상으로 소화한다. 소속사는 버추얼 장비를 착용하고 연기한 이들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5종 모두 동난 굿즈 티셔츠를 보던 한 팬은 "최애(가장 사랑하는) 멤버 티가 품절돼서 차애(두번째로 사랑하는) 티를 사려 했는데 이것도 품절"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옆 매대로 이동해 1만3000원짜리 열쇠고리를 장바구니에 종류별로 담았다. 직원들은 물량이 떨어진 열쇠고리를 바구니에 수시로 채워 넣었다.
굿즈를 둘러본 팬들은 행사장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0여명이 앉거나 서 있었다. '포토카드 교환해요'라고 적힌 화이트보드나 포토카드 수십장을 차곡차곡 넣은 사진첩 파일을 늘어놓은 팬들도 있었다. 앨범을 사면 무작위로 멤버의 얼굴이 그려진 포토카드 2장을 얻을 수 있는데 중복을 피할 수 없다 보니 새로운 포토카드로 교환에 나선 것이다.
서씨는 "지금까지 나온 포토카드 47장을 다 모았고 43개를 모은 친구 것을 교환해주고 있다"며 "플레이브 이전에 다른 아이돌을 이렇게까지 좋아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나'라는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사람이다"라며 "아이돌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채팅하고 있다. 멤버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등 일상 이야기를 해준다. 다른 아이돌보다 매력이 많다. 잘생기고 노래, 랩도 잘하고 춤을 잘 춘다"고 했다.
열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는 공해륜씨(34)가 포토카드 교환에 한창이었다. 수년 전 아이돌그룹 EXO(엑소)를 좋아했다던 그는 버추얼 아이돌을 좋아하게 된 이유로 '소통'을 꼽았다. 그는 "다른 아이돌은 채팅, 라이브 방송을 많이 하지 못해 거리감이 있다. 군 복무에 따른 공백기도 있지만 그런 걱정도 없다"며 "플레이브는 주 2회 꼬박꼬박 라이브 방송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일 때문에 번아웃이 와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멤버들의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을 보고 위로받았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한다"며 "오늘 뭐 하냐, 밥 잘 먹었냐는 물론이고 굿나잇 인사까지 해준다. 멤버들이 운동을 좋아해서 저녁에는 헬스 기구를 사용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음성 메시지도 보낸다"고 했다.
팝업 스토어가 마련된 '더현대 서울'의 행사 관계자는 "잘생긴 남자 아이돌은 워낙 많지 않냐"며 "실력이 좋은데 외모가 인기를 끌지 못하면 데뷔를 할 수 없다. 그런 실연자를 모으고 3D 모델링 기술을 사용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 아이돌에 대한 니즈(요구)가 파악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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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0명 방문…지상파 '음방' 1위 등극━
지난 9일에는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MBC 음악방송 '쇼! 음악중심'에서 이들은 신곡 'WAY 4 LUV'(웨이 포 러브)로 그룹 르세라핌의 'EASY'(이지)와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음반 판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을 뜻하는 초동 판매량은 56만장을 기록했다. 역대 보이 그룹 기준 17위다.
황진미 평론가는 이같은 대중문화 현상에 대해 "사이버 가수 아담처럼 옛날에도 이런 시도는 있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실물 아이돌의 공연, 팬미팅 등 실물을 접하는 방식으로 소비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아이돌은 '내 손 안의 휴대폰'에 있다. 가상 현실 속에 있기 때문에 캐릭터 아이돌도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 아이돌에 대해서도 이상적인 모습이 정해져 있다"며 "얼굴도 완벽하게 실물화됐고 팬들에 대한 응대도 가장 이상적으로 딱 맞는 대답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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