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그룹 지주사 SK㈜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매각 예정'으로 분류한 자산 규모는 총 1조347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원매자가 확정된 자산과 그룹 내부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자산 등을 더한 수치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은 그룹 반도체소재사업부문으로 9038억원 규모다. 계열사 SKC가 지난해 10월 팔기로 한 파인세라믹사업부 등이 포함됐다. 파인세라믹 사업부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3600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었다.가전사업부문 매각 예정 자산 규모는 759억원이었다. SK매직이 매각을 추진중이다. SK㈜는 공정가치에서 매각부대원가를 차감한 순공정가치와 장부금액 중 작은 금액으로 측정해 이를 연결감사보고서에 반영했다. 이 밖에 올해 하반기 롯데렌탈로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쏘카(자산규모 904억원)와 수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중인 중국 물류센터 ESR케이만(자산규모 1747억원) 등 SK㈜가 보유한 투자사 지분도 매각 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지난해 매각 자산으로 확정된 자산의 총액은 전년의 5955억원보다 약 2.3배 불어났다. 차입을 지렛대로 한 대규모 사업 투자를 바탕으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기업공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그룹 성장 공식에 적신호가 들어온 탓이다. 2018~2021년 연간 평균 20조원이던 SK그룹의 총 설비투자(CAPEX)는 2022년에 3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겨냥한 SK온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2022년 5조원 수준이던 SK온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6조8000억원 규모로 뛰었고 올해도 7조5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이 같은 투자에 맞물려 2018년 40조원 가량이던 그룹 총차입금 규모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0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배터리와 반도체 등 투자가 집중된 사업이 글로벌 산업 사이클 조정 탓에 기대한 만큼의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자 지난해부터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급증한 매각 예정자산 규모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그룹은 올해 최고 경영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최창원 의장 체제로 꾸리고 중복투자 정리 등 고강도 군살빼기를 예고한 상태다.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 자산의 옥석을 가려 장기간 유지해온 사업이라도 미래가 없으면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보고서에 매각 자산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재계와 관련업계는 SK㈜가 보유한 세계 1위 동박기업인 중국 왓슨 지분 30%도 주목한다. SK㈜는 해당 지분의 매각을 검토중인데 3800억원에 사들인 왓슨의 가치는 최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SK㈜가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 중 최대 규모로 파악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글로벌 동박 시장도 정체기여서 당장 매각을 결정할 경우 차익을 극대화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왓슨은 올해 SK 자산 매각 전략 중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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