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고위직 2명이 나이지리아 당국에 구금됐다. 암호화폐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바이낸스가 나이지리아 화폐 가치의 폭락을 야기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가로챈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 단기 출장을 떠난 전 미국 국세청 특수요원 출신의 바이낸스 컴플라이언스 담당임원 티그란 감바리안과 바이낸스 아프리카 지역 매니저인 나딤 안자르왈라가 현지에 구금됐다.
두 사람은 지난 25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정부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증권 규제기관, 국가안보기관 등의 관계자들과 면담한 후 곧바로 구금됐다. 나이지리아 법원이 지난 28일 나이지리아 경제금융범죄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할 때까지 두 사람을 2주간 구금하도록 명령했으나, 가족들은 조사가 어떤 내용인지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인구 2억2000만명이 넘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 나이지리아는 그간 수 차례 통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통화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지리아는 30%(1월 기준)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과 통화가치 하락 여파로 암호화폐 사용이 급속도로 늘었다. 코인 투자자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미국 달러에 고정된 디지털 통화, 즉 스테이블 코인을 피난처로 삼았다.
체인널리시스에 따르면 나이제리아는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암호화폐 채택률이 높은 나라다.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간 약 600억달러의 암호화폐가 거래됐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는 본질적으로 암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현지 통화인 나이라와 달러 사이의 비공식 환율이 정부 환율보다 훨씬 약세를 보인다. 가장 인기 있는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곧 암시장 환율을 확인하는 장소인 셈이다.
대통령 특별 고문인 바요 오나누가는 바이낸스가 나이지리아의 환율을 결정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가로챘다고 비난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암호화폐는 우리나라에서 금지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화의 출혈은 계속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통신위원회는 통신사에 바이낸스 및 암호화폐 플랫폼의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도록 명령했다. 중앙은행 수장인 올레이미 카르도소는 "암호화폐 플랫폼이 시장을 조작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를 허용할 뿐 직접 가격을 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주 바이낸스는 나이라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우리는 나이지리아 당국과 협력해 나딤과 티그란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문제가 신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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