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여성 의무" 낡은 법 고치자는데…이곳 국민 74% "반대", 왜?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24.03.10 17:33
아일랜드가 87년 된 헌법에서 가족 및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표현을 수정하려고 했으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컸는데, 준비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가 8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스코일 트레사 나오파에서 '가족 개정안과 돌봄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아일랜드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에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4.03.08 /로이터=뉴스1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 당국은 9일(현지시간) 밤 전날 치러진 2가지 개헌안 국민투표 결과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가족의 정의 확대 △가정 내 여성의 의무에 대한 표현 수정 등 2가지 내용의 헌법 수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두 제안에 대해 주요 정당들은 찬성했다.

우선 가족의 정의를 '결혼에 기초한 관계'에서 '혼인 또는 다른 지속적인 관계에 기초한 것'으로 넓히자는 데 대해 국민투표 참여자 67.7%는 "반대"했다. 이 안건에 대한 비판론 중에는 '다른 지속적인 관계'의 정의가 어렵고 상속 재산을 두고 새로 인정받게 된 가족들 사이 법적인 분쟁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가정 내 여성의 의무에 대한 표현을 바꾸자는 안은 73.9%가 반대해 위 제안보다 반대 비율이 더 컸다. 폴리티코는 아일랜드 헌법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개헌안 부결이라고 전했다.

헌법에는 "국가는, 여성의 가정 내 생활이 사회를 지원하며 이것 없이는 공익을 얻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어머니들이 경제적 필요에 의해 일자리로 내몰려 가정 내 돌봄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새 제안은 "국가는, 가족 구성원들 간 유대감에 의해서 서로에게 제공되는 돌봄이 사회를 지원하고 이것 없이는 공익을 얻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돌봄을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로 바꾸자고 했다. 집안일이 여성의 것으로 한정된 점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돌봄 제공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노력을 강제하기에 불충분하다거나, 돌봄을 국가 차원이 아닌 사적인 책임으로 제한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일랜드 리머릭대학 로스쿨의 로라 케이힐레인 부교수는 현지 공영방송인 RTE에서 문구에 대한 우려가 처음부터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때 변화를 거부하고 '아니오'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다수의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설득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었는데, 그렇게 하는 데 확실히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헌안에 대한 투표율은 44%였다. 아일랜드에선 아이 5명 중 2명이 결혼 관계 아닌 사이에서 출생하고, 여성 대부분이 주부 아닌 직업이 있어 헌법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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