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머니투데이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 2024.03.13 02:06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전라남도 강진에 잠둥어를 직접 잡아다 잠둥어탕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20여 년 전 아버지와 답사를 하다가 동네 맛집으로 만났다. 순임이란 이름을 가진 식당 사장님은 매일 새벽이면 벌(뻘)로 가서 직접 잠둥어를 잡으신다고 했다. 몇 해 전 벌에서 잠둥어를 잡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잡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순임 아주머니가 진짜 힘들게 장사를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순임 씨는 고단 할 만도 한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매일 물 때에 맞쳐 고기를 잡으로 나갔다. 그 노력과 성실함 때문인지 다행히 지역의 맛집으로 알려졌고, 장사도 제법 됐다.

몇 해 전 강진을 방문할 일이 생겨 오랜만에 그 식당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후 지난해 다시 강진을 찾아 하루 묵을 일이 생겼다. 잠둥어탕의 맛이 그리워 숙소 근처 가까운 잠둥어탕집에 갔다. 그런데 그곳에 순임 아주머니가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되어 앉아 있었다. 너무나도 반가워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요즘도 벌에 나가시냐고 여쭈었다. "그럼 지금도 나가제~ 하기 싫어도 죽을때 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인께" 라며 허허 웃으셨다. "그럼 아주머니는 하고 싶은 게 무엇이세요?" 라고 물으니 자식새끼 그리고 손자손녀들이 잘사는게 본인이 원하는 일이라고 하셨다. 잠둥어 팔아서 자식들에게 큰 유산을 주진 못해도 자식에게 손 안 벌리고 살고, 손자 손녀들에게는 용돈까지 쥐어줄 수 있는 것이 낙인 것처럼 은연중 이야기 하셨다. 그러기 위해 매일 벌에 나가 잠둥어를 잡아다 파는 것이 평생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이영표도 어느 강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본인이 운동을 하면서 확실하게 경험했던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10시간 운동을 하고 10시간 노력을 하면 정확하게 10시간 정도 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콩 심은 데 콩이 나는 원리와 같은 세상에 당연한 법칙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게 되면, 나중에는 해야하는 일을 하면서 살게 된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게되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결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우리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전에 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이유를 든다.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회사에 대해 수만가지의 불평과 불만을 갖거나, 회사의 비전을 본인의 잣대에 맞추어 회사가 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늘 입에 달고 이야기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점 하나가 회사에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일이 본인에게 주어진다면 시작부터 하기 싫어하고, 그 일을 본인이 왜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 대학을 가기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공부를 했다. '대학을 가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거야'란 말을 입으로만 하고 더 나아가려고 행동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만 나오면 뭐든지 다 잘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사회에 나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 20년 넘게 여행일을 해온 나조차 매번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과연 내가 원한 삶일까라는 생각을 여럿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해내려고 한다. 평생 벌에서 잠둥어를 잡으며 살아온 순임 아주머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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