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화주의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2024.03.11 02:05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4년은 1919년 3·1운동에서 기원하는 민주공화국이 건설된 지 105년이 되는 해다. 105년 된 지금 후손들은 민주공화국의 정신에 부합하는 나라를 건설했는지를 자문해보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방향에 대해 토론하면 좋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국가발전 전략의 부재로 흔들리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차별에 따른 경제양극화가 'N포세대'란 말과 '이대남과 이대녀의 대결'로 연결돼 왜곡된 성(性)대결과 세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들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한 대한민국'(1919년 임시헌장 3조)이라는 비전의 거울에 비춰보기도 민망하다. 특히 공공선의 추구 없이 권력획득을 위한 정쟁에만 빠져 있는 정치인들의 파당적 행태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화한 지 37년으로 한 세대가 넘어가는데 정치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민주화 이전 그대로다. 이른바 '반독재민주주의론'의 연장선에 있는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 친일 대 반일, 민족 대 반민족과 같은 소중화적 진영구도에 그대로 갇혀 있다. 이런 대립구도에서 나오는 선악의 이분법적 언행은 시대착오적인 논리로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실질적인 민주공화국 건설과 관련해 민주화 단계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이제부터는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냉전화, 탈물질화 등 탈경계의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21세기 공화 단계로 가는 게 맞다. 21세기 공화 단계에서는 '적(enemy)과 동지(friend)의 구별'이라는 시대착오적 패러다임보다는 경쟁자면서 동시에 협력자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는 라이벌(rival/adversary)로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언행이 필요하다.


차제에 공화주의(republicanism)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화주의를 쉽게 이해하려면 민주주의(democracy)를 너무 좋은 체제로만 보지 말고 그 의의와 한계도 보면서 보완재로서 공화주의를 생각하면 좋다. 민주주의는 1인 독재나 소수파 독재보다는 다수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우월하지만 완벽한 체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소수파에 대한 다수파의 지배를 합법화한다는 점에서 소수파를 배제하는 체제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전횡'이나 '다수결의 독재'로 가면서 소수파의 견제를 배제하기에 우중정치(포퓰리즘, 전체주의, 민중독재)로 타락하는 한계가 있다. 이런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숙의와 토론을 통해 통합하거나 처지가 다른 존재의 다양성과 이질성을 '공동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공존시키려는 혼합적인 태도가 필요한데 이것이 공화주의의 본령이다.

586운동권의 기득권과 위선 및 부패가 드러나는 현 상황에서 586들이 공화주의를 외면하고 민주주의 프레임을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민주주의 프레임이 자신의 경쟁자들을 반민주세력으로 밀어내고 586의 위선과 허물을 방어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아주 편리한 무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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