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 손실 홍콩 ELS.."손실률 0%"·대리가입·거짓녹취 '천태만상'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24.03.11 10:00

[홍콩ELS 얼마나 배상하나]금감원 11개 금융회사 2개월간 현장검사·민원조사 결과 발표

홍콩 ELS 규모 및 배상비율/그래픽=김현정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11개 금융회사들이 본점차원의 판매규제 위반, 영업점 차원의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예적금 희망 고객에게 "원금손실이 한번도 없었다"고 하거나 은행 직원이 고객인 것럼 허위녹취했다.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자에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반복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 등 5개 은행, 한투·미래·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를 상대로 지난 1월8일부터 지난 8일까지 2개월간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11일 공개했다.

11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홍콩 ELS 판매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이 15조4000억원, 증권사 3조3000억원 팔았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이 올해 만기 도래한다. 지난 2월까지 손실액이 1조2000억원 확정됐으며(누적손실률 53.5%) 현 지수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5조8000억원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됐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투자자의 30.4%였고, 최초 투자자는 6.7%였다. 은행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90.6% 대부분이었지만 증권사는 온라인(87.3%) 위주로 판매했다.

홍콩 H지수가 고점을 찍은 2021년 이후 ELS가 대규모로 팔려나간 원인에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과도한 목표 설정을 근거로 들었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소비자보호 규제와 절차가 대폭 강화됐으나 실제 판매과정에서는 소비자보호 장치가 충실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 총평이다.

특히 본사 차원에서는 부적정한 영업목표 설정, 고객보호 관리 차례 미흡, 판매시스템 부실이 확인됐으며 영업점 단위에서는 적합성의 위반, 불건전 영업행위, 설명위무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H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인 2021년 본사 차원에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KPI)를 높게 설정한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중국 기업 투자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내려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A은행은 신탁수수료 목표치를 전년대비 56.9% 상향했다. B은행은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ELS 판매를 유도했다. C은행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 목표치를 줄이지 않고(50%→80%) 예외한도(2조5000억원)를 설정했다.

D은행은 투자자 성향 분석시 거래목적 항목에 평가점수를 배정하지 않아 투자자가 '노후자금 마련' '단기운영목적'을 선택해도 ELS 상품 투자가 가능하도록 유도했다. ELS 만기는 3년이며, 손실발생시 최소 30% 이상 손실이 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라 이같은 목적의 투자는 맞지 않았다.

심지어 E은행은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의 증권신고서 내용 중 '투자위험'을 일부러 왜곡·누락했다는 의혹을 샀다. 증권신고서에는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으로 표기했으나 은행이 운용자산설명서를 작성할 때 과거 10년으로 임의 변경했다. 이로 인해 2007~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0%)로 손실 축소 기재가 가능했다. 영업점 안내서에도 "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입니다"라며 안전상품이라고 홍보했다.

영업점의 개별 판매 과정는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위반, 대리가입, 고령자 보호 소홀, 서류 변조 등 다수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투자성향이 위험중립으로 나온 고객에게 "이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유도하거나 고객 대신 대리가입, 허위 녹취하면서 직원이 고객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 고객이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고 했지만 "이해했다"고 답하라고 반복 요청했다.

일부 증권사는 71세 고령 투자자 부부의 컴퓨터 원격제어 프로그램에 접속해 고객 대신 가입절차를 진행했다. 증권사 방문 가입을 원하는 70세 투자자에게는 "여기 오셔도 핸드폰으로 해드린다. 녹음할 필요 없이 하려면 핸드폰으로 해야 간단하다"며 휴대폰 조작이 힘든 고객에게 온라인 가입을 시켰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위조해 배우자 대신 가입시킨 은행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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