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과 오명' 흉부외과 의사들 입 열었다…"남은 시간 많지 않아"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3.11 03:00
"기피과라는 오명(汚名)도 환자의 생명과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를 위해 참아왔다. 하지만 모두가 한계인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사과하고 원점부터 조건 없는 재논의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11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성명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는 78명으로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또 올 상반기 전공의 지원자 29명은 이달 1일부터 업무에 투입돼야 하지만 역시 대부분이 부재중이다.

학회는 성명서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의업 포기를 밝힌 의사들은 정부에 의해 준 범죄자로 매도됐고, 정부 정책을 반대하지만,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번아웃의 위기 속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반면 정부는 협상과 설득 대신 압박과 강압을 선택했다. 미래 의료 개혁이라는 자의적 목표 아래, 현재의 국민 건강과 생명, 의료제도를 무너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흉부외과는 20여 년간 전공의가 미달해 '기피과 중의 기피과'로 불린다. 이들은 "기피과라는 오명도 참아오며 현 정부의 대통령인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과 필수의료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왔다"면서도 "그러나 그동안의 논의와 전혀 다른, 근거 없는 일방적으로 발표된 의료 정책은 흉부외과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현재 전국의 흉부외과 전공의는 78명뿐으로, 얼마 안 되는 흉부외과 전공의들마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났다"며 "아직 전공의가 되지 못한 29명의 신입 전공의 희망자들은 혼란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희생을 각오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해, 모두 기피하는 흉부외과를 선택한 전공의 100여 명에게 정부는 이들에게 '의료 이탈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며 "100여 명의 흉부외과 전공의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가 국가의 필수의료를, 대한민국 미래의료를 지킬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의 전문의 이탈 조짐에 대해서도 이들은 입을 열었다. 이들은 "흉부외과 의사(전문의)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래 온 것처럼, 흉부외과는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모두가 한계인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며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 제일의 의료 시스템이 자기 파괴적 의료 정책으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인 전공의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책의 내용, 시기, 과속 추진의 사유에 대해 정부는 명확하게 해명·사과할 것 △젊은 의료인들에 대한 정부의 권위주의적 제재 및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 △2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즉각 철회하고 의료·사회 전문가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정부의 실태 조사, 수가 재산정, 구조적 개선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과 재정 조달 계획을 포함한 필수의료 구체적 대책을 다시 구성할 것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동의한 대학 당국자들이 반성·사과할 것 △타 직역 의료인이 국민의 생명·건강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제안할 것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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