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출서류 조작, 농협은행 110억 배임...반복되는 은행권 금융사고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이병권 기자 | 2024.03.06 17:14
NH농협은행 금융사고 개요/그래픽=김현정
NH농협은행에서 11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영업점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담보 관련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BNK경남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지 채 1년이 안 돼 은행권에서 다시 거액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오는 7월 도입 예정인 '책무구조도'를 비롯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영업점 직원 A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9억4733만7000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을 일으켜 최근 대기발령 조치됐다.

A씨는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지방의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109억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일부 중소기업대출의 담보가 되는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취급했다.

은행들은 차주가 대출상환을 못할 것을 대비해 담보의 감정평가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부동산 매매계약서상의 거래금액을 실제 부동산 거래금액보다 총 약 12억6000만원 상당 과다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보가 되는 부동산의 가치가 높게 책정되면서 차주가 대출받는 금액이 109억원 상당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의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A씨가 은행의 자금을 직접 횡령한 것이 아니라, 실제보다 대출액을 부풀려 차주에게 이득을 줌으로써 은행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도 전날 공시를 통해 금융사고 내용을 횡령이 아닌 업무상 배임임을 명확히 했다.

농협은행은 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A씨의 비위를 발견했다. 이후 A씨를 대기발령 시키고 형사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농협은행은 차후 징계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A씨의 행위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도 농협은행의 자체 검사를 지켜본 후 검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현재 검사를 나가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농협은행의 자체 검사 결과를 지켜보고 추가 검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고로 인해 농협은행이 손실이 입게 될 금액은 109억원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측은 해당 여신이 현재 정상 채권으로 분류되어 있고 향후 채권 보전과 여신 회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내부통제 내실화' 강조에도 금융사고 끊이지 않아


2022~2023 은행별 금융사고 현황/그래픽=조수아
은행권에서 횡령과 배임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자금 2998억원 횡령이 대표적이다. 당시 범행을 벌인 부장급 직원은 2007년부터 범행이 드러난 2023년까지 약 15년간 PF대출만을 담당했다.

배임으로 한정하면 2022년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한 120억원 규모의 사고 이후 2년만에 100억원대 배임이 발생했다. 당시 국민은행 직원은 부동산 중개업자 및 대출 브로커와 공모해 부동산 담보 서류를 조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며 자체적인 변화를 유도했다. 그러나 주요 금융사들이 개선에 나섰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자 당국은 법 개정에 돌입했다. 오는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부통제가 더욱 강화된다.

특히 담당 임원에게 금융사고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 금융회사의 임원들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책임을 진다. 내부통제가 미흡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임원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당장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내부통제 책임을 CEO에게 까지 묻겠다는 취지로, 금융사들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반발했다. CEO(최고경영자) 및 임원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가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미흡에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이처럼 은행의 본업인 여신에서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 외에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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