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에 단순한 '기적'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객기에 적용된 '탄소섬유'가 화재의 빠른 확산을 막았다는 것이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10배 뛰어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해 항공기용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1000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내연성이 뛰어나다. 사고 여객기의 경우 일본의 데이진 등이 만든 탄소섬유 복합재 사용 비율이 53%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에는 탄소섬유와 비슷한 성질의 아라미드도 내장재 등으로 쓰인다. 아라미드는 같은 무게의 강철과 비교했을 때 강도가 5배 높고, 5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
두 슈퍼섬유는 항공기에만 활용되는 게 아니다. 기존 소재 대비 가볍고, 단단하면서, 열에도 강하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범용 석유화학 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진 속에서도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 애경케미칼 등 기업들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슈퍼섬유를 낙점한 이유다.
탄소섬유의 경우 형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이 아라미드에 비해 강하고, 탄성이 좋아 구조재로 주로 쓰인다. 초점은 '경량화'에 맞춰져 있다. 자동차, 고성능 산업용 기계, 석유시추 파이프, 건축 보강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반도체 칩 이송장비, 태양광 설비, 수소저장용기, 풍력 블레이드 등 미래 첨단 산업용부터 낚싯대, 골프샤프트 등 레저용까지 모두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라미드는 탄소섬유 보다는 '천'에 가까운 특성을 갖고 있다. 잘 깨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좋다. 이런 성질을 살려 광케이블 보강재로 많이 쓰인다. 최근 5G 광케이블의 경우 데이터 송출량 폭증에 따른 대량의 열 발생이 특징이다. 여기에 열에 강한 아라미드를 활용하면 케이블의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400㎏에 달하는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의 타이어 보강재로도 소비되기 시작했다. 소방복·방탄복은 물론이고, 교각·터널 등 건축용 소재로도 쓰인다.
국내 아라미드 제조사 중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산 1만5310톤 규모로 가장 경쟁력을 갖췄다. 아라미드 원사를 일종의 부스러기 형태로 만든 펄프도 3000톤 규모로 확보할 예정인데, 이를 이용해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를 만들 수 있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라미드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8.5%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런 추세에 맞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적시에 생산능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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