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뚫렸다, 통행금지"…흉악범 5000명 우르르 '이 나라' 비상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4.03.05 12:31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 무장한 갱단의 폭동으로 최대 감옥이 뚫리는 등 치안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흉악범을 포함해 수감자 약 5000명이 시내로 쏟아져나온 상황. 치안 유지를 방법을 찾기 위해 해외로 떠난 총리의 행방도 확인되지 않는 등 아이티는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주변국들은 혼란이 전염될 것을 우려해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남성이 문 뒤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케냐를 방문해 유엔 평화 유지군 파견을 약속받은 뒤 두바이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앙리 총리는 귀국 시 미국을 경유할 것을 보이지만 그가 아이티로 돌아갈지, 간다면 언제가 될지도 불분명하다.

아이티는 지난 주말 무장한 갱단 연합이 앙리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최대 규모 교도소 두 곳과 경찰서를 습격하고 공항을 폐쇄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수감자 약 5000명이 탈옥했고 갱단과 경찰의 충돌이 발생해 최소 6명의 경찰이 사망했다. G-9과 G-펩 등은 1일 총리를 축출하겠다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무장 행진하며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아이티 정부는 4일부터 사흘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도와 인근 지역에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총리 대행을 맡은 패트릭 보이베르 재무장관은 3일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위치/사진=구글지도
그러나 혼란이 수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포트포프랭스의 한 주민은 WSJ에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면서 "거리는 텅 비었고 경찰도 사라졌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활개 치는 갱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업가는 "포르토프랭스는 납치범, 마약상, 살인범들이 길거리에서 영웅으로 환영받는 고담시의 디스토피아 버전"이라며 "갱단이 나라를 점령했다. 정부는 없다"고 했다. 고담시는 배트맨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로 혼돈과 무질서에 빠진 도시를 상징한다.


아이티 주변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대사관 측은 건물 주변에서도 총격 등이 발생했다며, 현지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 최대한 빨리 아이티를 빠져나가라고 지시했다. 아이티와 같은 섬에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이티에서 피난민이 몰려들 것을 예상해 국경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아이티 국민 수만 명을 추방한 도미니카공화국은 난민 수용소를 만들지 않겠단 입장이다. 바하마는 대사관 직원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였고 멕시코는 아이티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하고 물과 연료, 식량 등을 비축하라고 지시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치안으로 몸살을 앓던 아이티는 2021년 현직이던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암살된 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포르토프랭스의 약 80%가 갱단의 통제 아래 있다고 추정한다. 갱단 간 주도권 다툼과 반정부 소요 사태도 계속된다. 현지 주민들은 연료와 식량 접근이 일상적으로 차단되며, 아이티 인구 1100만명 가운데 약 400만명은 심각한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10월 아이티의 치안 회복을 위해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평화 유지군을 파견하는 계획을 비준했으나 아직 파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병을 약속한 나라는 바하마, 방글라데시, 바베이도스, 베냉, 차드, 케냐 등이며 모은 기금은 약 1100만달러(약 146억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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