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넘어갈 준비" 은행 요구불예금 23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 2024.03.05 16:40
2월 5대은행 요구불예금 잔액/그래픽=김현정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5대 은행에서만 한달 사이 23조원 넘게 늘었다.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두고 은행의 예금 상품으로 '막차' 수요가 있었음에도 요구불예금이 증가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하면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14조2656원으로 전월보다 23조553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23조6316억원 늘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달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의 영향으로 13조2671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붙지 않고, 사실상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를 앞둔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은행권은 요구불예금 잔액과 정기예금 잔액의 동반 증가가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때문에 더 떨어지기 전에 예금특판이나 3%대 예금 상품에라도 막차를 타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다만 더 좋은 상품을 기다리거나 은행 외의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파킹'을 해놓는 수요도 같이 발생해 두 잔액이 모두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권은 청년희망적금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빠져나간 적금 목돈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여러 특판 예금 상품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2일까지 4조원 한도로 특판 상품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해 청년희망적금 만기자에게 최고금리 연 4.0%를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청년희망적금 만기자와 만 18~39세 이하 청년 중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처음 가입 시 12개월 만기 기준 최대 연 3.85% 금리를 준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9700만원까지 오르는 등 가상자산 상승 랠리에 올라타려는 대기 자금도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1월10일 승인된 이후 코인시장이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은행 한 곳에 오래 묶는 것보다 코인으로 넘어가자'는 식의 유입이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심리가 좋아지다보니 일선에서도 코인 투자 관련 문의가 더 많이 늘은 게 체감된다더라"고 덧붙였다.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거래금액도 급격히 늘고 있다. 가상자산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 기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의 24시간 스팟 거래량은 18조원을 넘어섰다. 업비트와 연계 계좌를 운영 중인 케이뱅크 신규 고객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케이뱅크의 올해 일평균 신규 고객은 지난해 3배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고객이 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구불예금이 단기적으로 늘어났다면 기존 자산을 떠나 처분하고 들어온 현금일 확률이 높다"며 "수익성이 높은 곳의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을 보유하다가 주식·부동산 뿐만 아니라 위험자산 등 투자처를 따져가면서 들어갈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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