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농산물의 디지털화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 2024.03.06 02:03
김성훈 충남대 교수
인류의 산업은 지금까지 4차례 혁명을 통해 진화의 단계를 뛰어넘었는데 증기기관과 기계를 일상생활로 가져온 1차 산업혁명, 전기와 석유에너지를 통해 대량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2차 산업혁명, 디지털 정보를 다루는 컴퓨터와 자동화가 보급된 3차 산업혁명,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세상에 뛰어든 4차 산업혁명이다. 이를 좀 더 크게 구분하면 아날로그 세상의 1·2차 산업혁명과 디지털로 세상을 계측하기 시작한 3차 산업혁명 이후로 나눠볼 수 있다.

전구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와 전원이 들어왔을 때를 의미하는 0과 1 두 숫자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표현하는 디지털은 둥근 시계판의 숫자 사이를 계속 지나가는 초침과 달리 툭툭 끊기는 숫자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재단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감각으로 인지하는 모든 것을 숫자에 담는다. 예전에는 '새색시의 볼처럼 발그스레한 분홍색'이 색상, 명도, 채도 등으로 분류된 기호와 숫자에 따라 '5RP 7.5의 6'으로 정의되고 '천둥소리처럼 큰 소리'가 '180㏈(데시벨)의 소리'로 계측되며 '꿀처럼 단 사과 맛'이 '14Brix(브릭스)의 당도를 가진 사과'로 규정된다.

산업계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의 취향을 다양한 기준의 숫자로 분석해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데 그 수준이 점점 고도화한다. 농산업에서도 농산물 상품 디지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진다. 특히 소비자가 돈을 주고 구매해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맛 등의 품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농산물의 품질 속성을 숫자로 계측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된 업체들의 노력이 강화된다.

이와 같은 농산물의 디지털 정보는 비대면으로 상품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사고파는 온라인 거래에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거래되는 농축수산물의 거래액이 2011년 8000억원에서 2022년 9조5000억원으로 12배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족하는 거래를 위해 농산물의 디지털 정보화가 필수과제로 부각됐다.


농산물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크게 2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농산물 품목별로 소비자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농산물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디지털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게와 당도 등의 기준에서 더 나가 당도와 산도의 비율, 과육의 단단함과 수분함량, 냄새의 주요 성분 및 강도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농산물의 이러한 속성을 분석할 수 있는 당도·산도측정기와 전자코 등의 설비가 상당부분 개발됐기에 소비자 분석을 통해 구체화한 디지털 DB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산지에서는 농업 재배기술 개선과 규모화·조직화를 통해 수확되는 농산물의 속성과 품질의 편차를 줄이고 선별작업의 고도화를 통해 앞서 제시된 소비자의 디지털 니즈에 더 부합하는 농산물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농산물 소비규모가 정체되고 수입 농산물과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농산물 상품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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