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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에 못 박는 꼴"…홍콩 경제도 흔든 보안법에 '+α'라니━
"제출된 의견 대부분이 보안법을 빨리 시행하자는 내용이다."(존 리 홍콩 행정장관)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30일간의 협의 기간을 마쳤다. 홍콩 정부는 최종 법안 통과 시한을 밝히진 않았으나 '홍콩 기본법 제 23조 입법'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끝내고 연내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의 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8일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3조의 시행에 반대 의견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홍콩 안팎의 시선엔 우려가 크다. 중국 본토에서 만들어져 2020년 6월 말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이후 가뜩이나 빠르게 중국화하는 홍콩에 "쐐기를 박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일명 23조로 불리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0년 홍콩보안법으로는 다 단속하지 못하는 반정부 행위 일체를 뿌리 뽑기 위한 보완적 성격이다. 이 때문에 기존 홍콩보안법이 규정한 국가분열죄, 정권전복죄에 대해서는 따로 새로운 내용을 담지 않았다. 대신 반역, 선동, 국가기밀 절도, 간첩 행위 등과 관련해 기존의 법률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죄목을 신설해 최대 3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외국은행, 헤지펀드, 민간 연구기관을 포함한 기업들과 외교 및 학계는 기본법 23조 법안의 진행 상황을 주시한다. 중국 본토처럼 인터넷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거나 데이터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실제 제23조 협의 문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컴퓨터나 전자 시스템을 불법 사용하는 것을 새로운 안보방해 범죄로 명시했다. 홍콩의 기업과 학계에서도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 연구와 중국 본토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실사 조사가 자칫 '국가 기밀'로 폭넓게 간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지타운대 토머스 켈로그 교수는 블룸버그에 "해당 법은 홍콩 비즈니스 커뮤니티에서 여러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며 "해외단체와의 접촉에 대한 제한은 상공회의소, 싱크탱크, 경제연구소 등이 자유롭게 대화할 여지를 좁혀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홍콩의 명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루 콜리어 이사 역시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새로운 우려"라며 "이는 관에 또 하나의 못을 박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인사들은 정부청사 밖에서 반대 시위에 나섰다. 사회민주당(LSD)의 유와이판은 "(존 리) 장관이 왜 반대파의 우려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많은 홍콩인들이 새 국가보안법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 최대 변호사 단체 홍콩법률협회도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따라 국가 기밀 범죄로 체포되는 이들에 대해 공익 변호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언론인협회는 법안 제정 시 국가 기밀의 정의에 대해 명확한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 당국은 2003년에도 기본법 23조를 제정하려 했으나 당시엔 약 50만명이 평화 시위를 벌인 끝에 보류된 바 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홍콩은 상황이 다르다.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3조 법안은 공개 열람과 일부 토론을 거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이후 홍콩의 선거 제도가 변경되면서 이른바 '애국자'로 분류되는 친체제 인사들이 홍콩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10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는 중국이 홍콩 선거제도를 개편한 후 처음 치러진 구의원 선거로, 친중 진영 후보만 출마해 역대 최저인 27.5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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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은 왜 마라톤만 뛸까…홍콩 영화가 사라진 이유는?━
그때 홍콩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불안감이 홍콩 반환 후 시간이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언론에 주윤발(69)의 근황이 자주 보도되지만, 영화 촬영 소식보다는 하프 마라톤 완주·지하철 탑승 등 근황이 대부분이며 영화를 촬영한다는 소식은 드물다. 지난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산업이 쇠락하면서 한국 영화가 홍콩을 추월한 데 이어, 이제 중국 영화도 홍콩 영화를 넘어섰다.
◇러라군탕 vs 유덕화의 미스터 레드카펫
홍콩 배우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해도 유덕화인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네티즌들은 기사에 "유덕화는 중국 본토에서 티켓 파워가 없다" "유덕화의 영향력이 가장 클 때는 1980~90년대로 그때는 지금 중국의 20~30대가 막 태어났거나 태어나기도 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유덕화라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반면 러라군탕은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자링이 영화 촬영을 위해 무려 50㎏를 감량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는 몇 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살던 과체중 여성 '러잉'이 복싱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중국 영화와 홍콩 영화를 비교하면 양자 간의 역학구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1980년대 전성기 시절, 한국·동남아·중국 등 아시아를 주름잡던 홍콩 영화가 시대의 뒤안으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유덕화, 양조위 등 홍콩 배우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왕가위가 찍은 중국의 30부작 드라마 '번화'
'번화'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중국중앙(CC)TV 8, 상하이의 동방위성TV, 텐센트비디오에서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하이의 주요 장소들은 인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번화'의 성공으로 중국에서는 자국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으며, 오히려 홍콩 영화가 변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나온다.
지난해 말 중국 극장가에서 개봉한 유덕화 제작·주연의 '잠행', 양조위와 유덕화가 출연한 '골드핑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잠행은 온라인 마약 밀매를 일삼는 마약왕과 그를 추적하는 홍콩 경찰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다뤘지만, 차 안에서 두 사람이 서로 '내가 경찰이다'라는 주장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무간도'(2003)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 드라마, 영화가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고 중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문화 컨텐츠에서 중국이 홍콩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반면 홍콩 영화는 과거의 성공 문법을 벗어나지 못하며 중국에서 인기가 뜸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획일적인 범죄조직 소재와 구성 △수십 년째 똑같은 배우가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도 홍콩 영화산업의 쇠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0년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과 현재 홍콩 정부가 별도의 보안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홍콩의 창의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쉽지만 영웅본색 같은 명작 홍콩 영화를 다시 보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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