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를 앞두고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장세를 이끌었던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매수 강도는 낮아졌어도 저PBR 종목들에 대한 선호는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정책 내용과 강도에 대한 실망감이 나오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는 만큼 중장기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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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수세는 굳건… 4일간 8000억 넘게 순매수━
외국인은 정부가 밸류업 정책 추진을 공식화하자 코스피를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1월24일부터 발표 직전인 지난달 23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8조165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9조8295억원을 팔아치운 개인투자자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약보합 마감한 지난달 29일에도 176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운수장비, 금융업 등 대표 저PBR 업종들에 대해 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아직까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모멘텀을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한 정책 의지를 밝힌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준 미달 상장사의 퇴출을 시사하자 당일부터 밸류업 정책 수혜주가 상승했다. 시장에서 이 원장의 발언을 밸류업 정책 미부응에 대한 페널티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에서)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 미달 기업은 거래소에서 퇴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악화는 그때그때 빨리 떨어져 나가도록 하고 우수 기업은 성장하도록 해야 옥석 가리기가 명확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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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원픽은 현대차… 저PBR 선호 이어진다━
외국인은 1월24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 삼성물산, 삼성전자우, 삼성바이오로직스,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순으로 많이 샀다. 1위 현대차의 순매수 규모는 1조5544억원으로 2위 SK하이닉스(9051억원)과 격차가 컸다. 해당 종목들은 올해 들어 재조명받은 대표적인 저PBR주에 해당한다.
정책 발표 이후인 지난달 26~28일에는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에 순매수가 몰리며 반도체주에 대한 관심도 확인됐다. 순매수 순위에서 현대차 3위, 삼성생명 9위 등 저PBR 종목에 대한 선호도 이어졌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체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정책 발표 이후 외국인 수급 향방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높은데, 정책 모멘텀이 붙은 쪽에 대항하는 숏베팅은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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