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인 선물 리딩방' 투자자의 눈물을 보며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4.03.04 05:56
기자가 15일 저녁 6시2분 바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47USDT(1USDT=1달러)를 걸고 100배 고배율 레버리지로 비트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소액 선물 투자 실험을 해본 결과 16일 새벽 5시17분 강제 청산됐다.

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사이트에서 코인선물에 손 댔다가 억대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있다. 그는 SNS(소셜미디어)에서 리딩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저명한 경제학자의 소개글을 읽은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정작 그 경제학자는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이었다. 사실확인을 요청한 기자에게 그는 "저는 투자 권유를 전혀 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사칭한 계정이 코인 리딩방 회원 모집에 동원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자가 황당해하는 순간에도 문제의 리딩방엔 쉬지 않고 글이 올라왔다.

"오늘 밤 ㅇㅇㅇ선생님이 채팅방에서 PCE(개인소비지출) 데이터 시세를 안내해 드릴거에요. 초단타 30분 정도면 3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계좌 자금을 미리 준비해서 거래를 따라가야 해요." 이 밖에도 자극적인 말로 코인선물 투자를 유혹하는 글들이 숱하게 많았다. 코인선물 리딩방을 따랐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투자자들은 가정주부, 직장인같이 평범한 이들이었다.

이들이 돈을 넣은 곳은 사실 1~2%만 시세가 변동돼도 증거금(margin)이 전액 청산되는 초고배율 레버리지 코인선물 상품이었다. 전문적 지식없는 투자가 화를 부른 것일 수도 있지만, 손실 가능성을 가리고 호객에 나서는 리딩방 운영자들의 사기적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다. 제도적 미비점도 그동안 계속 지적돼 왔으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코인선물 중개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에게 금지하고 있는 정도다.


제도권 금융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리딩방이 난립하는 배경이다. "국내 주식투자로는 수익률에 한계가 있다. 예금금리는 물가도 따라잡지 못해 저축만 하고 있으면 벼락거지가 된다. 서울에 집 한칸이 아니라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데, 돈을 모아보겠다고 들었던 펀드도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코인 리딩방의 문제를 지적해도 피해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더 촘촘한 수사·감시망을 만들어 코인 시장을 물들이는 사기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한편으론 '주식 밸류업 프로그램'처럼 우량기업으로 시장자금 이동을 유입하는 실효성 높은 제도를 서두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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