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후] 12년 만에 친정 복귀한 낭만 투수…'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 2024.03.02 09:00

편집자주 |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야구선수 류현진이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다. /2024.02.26. /뉴스1

"선발 10승에 신인왕을 차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2006년 4월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해 첫 승을 따낸 한화 이글스의 19세 투수 류현진(37)은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류현진은 해당 시즌에서 30경기 18승 6패, 평균자책점(ERA) 2.23에 탈삼진 204개 등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데뷔 첫해 류현진은 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했고 △다승 1위 △ERA 1위 △탈삼진 1위에도 올랐다.

이후 류현진은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국내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는 KBO리그에서 통산 190경기 98승 52패, ERA 2.80에 탈삼진 1238개 등 기록을 세우며 명실공히 국내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미국 MLB 무대를 누빈 야구선수 류현진. /사진=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꿈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한국을 평정한 투수에게 눈독 들이지 않을 리 없었다. 류현진은 2012년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KBO리그에서 MLB로 직행한 선수가 탄생한 것.

류현진보다 앞선 세대의 선배들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뒤 미국이 아닌 일본 무대에 먼저 진출했다. 선동열과 이종범, 이승엽, 김태균, 이범호 등이 그랬다. 하지만 류현진은 MLB로 직행, KBO리그 출신 선수도 꿈의 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LA 다저스 입단 후 첫 시즌인 2013년 류현진은 30경기 14승 8패, ERA 3.00에 탈삼진 154개 등 기록으로 팀의 선발 투수 한자리를 당당하게 꿰찼다. 시즌 중 MLB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적응기가 필요 없는 모습을 보여 팬들로부터 호평받았다. 류현진은 2014년에도 전년도와 비슷한 성적을 냈다. 26경기에 나서 14승 7패, ERA 3.38에 탈삼진 139개 등 기록을 남겼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미국 MLB 무대를 누빈 야구선수 류현진. /로이터=뉴스1

2015년 류현진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다. 류현진은 왼쪽 어깨에서 통증을 느꼈고, 이를 보고받은 구단은 그를 부상자 명단에 올린 뒤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어깨 관절와순이 파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류현진은 선수 생명을 걸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1년간 재활에 매진한 그는 이듬해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연이어 받았다.

두 시즌을 부상으로 보낸 류현진은 2017년 복귀했지만, 예전 같은 구속이 나오지 않아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2018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감소한 구속만큼 제구의 날카로움을 더해 MLB 타자들을 요리했다. 류현진은 2018년 15경기 7승 3패, ERA 1.97에 탈삼진 89개 등 기록을 냈다.

절정은 2019년이었다. 이 시즌 류현진은 29경기 14승 5패, ERA 2.32에 탈삼진 163개 등을 기록했다. 시즌 중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MLB 이달의 투수상을 받았다. 이 상은 앞서 박찬호가 1998년 7월에 수상한 바 있다. 2019년 류현진은 MLB 내셔널리그 ERA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등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두 번째 위기를 겪었다. 2022년 팔꿈치 내측 인대가 손상돼 토미 존 서저리(인대 재건 수술)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14개월의 재활 끝에 마운드로 돌아왔고, 지난해 11경기 3승 3패, ERA 3.46에 탈삼진 38개 등 기록을 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무려 10시즌 동안 MLB에서 활약했다. MLB에서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ERA 3.27에 탈삼진 934개 등 기록을 남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청룡의 해인 2024년 갑진년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류현진은 두 번째 KBO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번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 투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거 출신 37세 베테랑 투수로서 국내 경기에 뛴다. 류현진이 다시 한번 KBO리그를 호령할 수 있을지에 야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류현진이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대만전에서 투구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류현진은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소속일 때도 맹활약을 펼쳐 국민에게 웃음을 안겼다. 류현진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대표팀의 에이스 투수로 나서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준우승한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도 류현진은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그는 이 대회에서 총 5경기(선발 2경기)에 출전해 1승 1홀드, ERA 2.57에 탈삼진 7개 등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은 국가대표로서 총 14경기에 나서 5승 1홀드 1패, ERA 3.51의 기록으로 역대 한국 대표팀 선수 중 다승 공동 1위에 올라가 있다. 류현진과 함께 국가대표로 5승을 거둔 선수는 김광현, 윤석민, 손민한 등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야구선수 이정후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12.17. /사진=뉴스1

류현진의 뒤를 이어 강정호, 박병호, 김광현, 김하성, 이정후, 고우석 등이 KBO리그에서 포스팅을 거쳐 MLB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낸 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다. 그는 지난달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MLB 골드글러브 수상(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 성공했다.

MLB에서 성공을 거둘 다음 한국 선수는 이정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 이종범을 따라 야구선수가 된 이정후는 KBO리그 88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등 기록을 남겼다.

과거 류현진이 투수로서 KBO리그를 평정했다면, 이정후는 타자로서 KBO리그를 지배한 셈이다. 이런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듯 MLB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47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정후의 매제이자 이종범의 사위 고우석도 올해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MLB 무대에 도전한다.

/사진=한화 이글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프랜차이즈 스타의 복귀를 이끈 한화 이글스 구단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계약으로 에이스 투수의 복귀를 환영했다. 한화는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과 기간 모두 역대 KBO리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류현진은 44세가 되는 2031년까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는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선배 송진우가 한화에서 세운 최고령 출장 기록(43세 7개월 7일)을 경신할 수 있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의 이번 계약 규모에 대해 "KBO 새 역사의 상징성을 담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전력 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한화도 좋은 전력을 갖췄다"며 "올 시즌은 팬 여러분께 최대한 길게 (가을까지)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열심히 뛸 것"이라고 국내 복귀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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