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오라"는 서울대병원 vs "다치게 하지 마" 고려대병원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2.29 11:20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밝힌 상태다. 이 때까지 복귀하면 각종 불이익은 없으나 3월부터는 면허정지 등 행정조치, 사법절차 진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2024.02.28.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정부가 29일까지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요청한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지만, 고려대병원 교수들이 "내몰린 전공의들에게 위해가 가해지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하며 온도 차를 보였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이재협 서울시보라매병원장 3인은 28일 소속 전공의 전원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서울대병원 전공의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냈다. 서울의 5대 대형병원 중에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병원은 분원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을 두고 있고 시립공공병원인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전공의 여러분, 병원장으로서 저희는 당부드린다. 이제 여러분이 있어야 할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며 "여러분의 진심은 충분히 전달됐다. 중증 응급 환자와 희귀 난치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많은 환자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대한민국의 왜곡된 필수의료를 여러분과 함께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탈바꿈시켜 보다 나은 의료를 제공하고, 보다 나은 수련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선진국형 의료를 만들어가겠다. 전공의 여러분의 꿈과 희망은 환자 곁에 있을 때 빛을 발하고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믿고 있다.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어떤 이유로 병원을 떠났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호소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과거 대한의사협회 상근이사로 일하며 시위를 주도하다 벌금형 받았을 당시 의협에서 해준 건 소송비용과 벌금을 내준 게 전부였다고 언급하면서 "의료계 선배들이 무엇인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전공의) 스스로 결정하고 피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로서 급작스러운 사직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지 무단 이탈에 해당한다. 쟁의권이 있는 노동조합도 협상이 결렬됐을 때만 파업을 인정한다"며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달라"고 당부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상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복귀한 사직 전공의에게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4.02.28.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반면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전공의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내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28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야기된 의료계의 혼란 속에서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우선 이 사태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내몰린 전공의가 직면한 현 상황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사명감으로 일해온 전공의 한 사람에게라도 실질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경우,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필수의료 최전선에 가장 고되고 과중한 업무를 묵묵히 담당해온 전공의를 대상으로, 복지부 차관의 '소송을 부추기는 언행'과 경찰청장의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들을 중단할 것 △국민 건강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의료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정부 기관의 부적절한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 △현 의료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 전공의와 교수단체를 포함한 의료계와 원점에서 전면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대의료원 측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해 외부에 배포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회 성명서'는 전체 교수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발송된 자료"라며 "해당 내용은 현재 고려대 의대 소속 교수들의 전체 입장을 담은 공식자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편 사법 처분을 피할 수 있는 시한(29일)을 하루 앞둔 전날(28일)까지 전공의 80%가 사직서를 내고 73%는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8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 9997명(80.2%)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9076명(72.8%)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지 이탈 비율은 전일(27일) 73.1% 대비 소폭 줄었으며, 이틀째 연이어 이탈률이 감소했다. 1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32곳, 10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10곳으로 파악됐다. 최대 66명이 복귀한 병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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