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군대? 국민연금? '사람'이 없다…앞으로 벌어질 쇼크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김인한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 2024.02.29 08:00

[MT리포트]인구 1/3 사회의 도래(하)

편집자주 |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0.72명의 합계출산율은 남녀 한쌍, 즉 2명이 0.72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이를 확장하면 1명이 0.36명의 아이를 낳는 셈이다. 인구 1/3 사회의 도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합계출산율은 미래를 가늠케 하는 지표다. 합계출산율 0.72명의 의미를 다각도로 풀어본다.



20년 뒤 대학 신입생 절반 이하로 '뚝'..저출산 파고에 직격탄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대학입시에 뛰어들 시점에는 대학들이 모집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 세대만에 출생 인구가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가운데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어 대학들이 현재 정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존립이 위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이 경제적 비경제적으로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8일 통계청의 '2023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태어난 아이의 수는 23만명(잠정)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반토막 수준이다.

이들이 대학에 갈 시점인 20여년 뒤부터는 학령인구 감소가 더욱 가팔라진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1년)'에 따르면 대학 진학 대상인 18세 인구는 2030년까지 40만명대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2040년 26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를 고려하면 2042학년도에도 20만명 초중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보다 신입생 자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 경영난을 겪는 대학들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진다. 2025학년도 기준 일반 4년제 대학 입학 모집 정원은 34만934명이다. 의대 모집 증원을 반영하면 24만2934명으로 줄어든다. 대학 모집 정원은 소폭 감소해왔지만 10년 넘게 정원 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대학 16만3473명까지 고려하면 대학 모집인원은 총 50만명 수준이 된다. 20년 뒤에도 이런 모집정원이 유지된다면 지난해 출생아들이 모두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대학은 모집인원의 절반 가량 학생을 채울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국립대를 제외한 지방 사립대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 확정된 2025학년도 모집 정원 기준 4년제 대학의 수도권 대학의 모집인원은 13만2126명이고 지방권 대학의 모집인원은 20만8808명이다. 서울·수도권 대학이 신입생을 우선 충원한다고 가정하면 지방권 대학은 신입생 모집인원의 절반가량을 채우지 못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지방대학 10곳 중 5곳이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미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들은 위태롭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학교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1년 비수도권 사립대 91곳 중 81.3%인 74곳의 운영 수지는 적자였다. 이에 대해 남두우 인하대 교수는 "4년제 지방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은 2040년에는 거의 소멸되거나 그 대상이 될 것"이라며 "대입정원을 2041년 기준 25만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위기는 지역 소멸로 직결된다. 서재영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상대적으로 인구에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소규모 대학의 경우에도 대학의 폐교가 인구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 지역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교육·연구·사회봉사를 통해 지역의 경제적·비경제적 측면에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학이 사라지면 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교육계는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한다. 정부는 현재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대학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지방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고삐를 더 죄야한다는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연구소 연구원은 "20년 뒤에도 대학 구조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 몇 국립대를 제외하고 모두 없어질 정도로 심각하다"고 전제한 뒤 "지방대도 감축에 나서야 하지만 서울권 대학은 첨단학과 등으로 오히려 모집 정원을 늘려왔다"며 "정부가 조금 더 강력한 정원 감축 정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 재정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원을 감축하게 되면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사립 대학의 경우 전체적인 학사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임 연구원은 "부담 없이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재정투자 확대로 계기를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우선 감축 목표를 구체화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조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절벽' 군 입대할 남자인구 뚝뚝뚝…"여군 모집 2배로"




초저출산 세대의 군입대 시기가 도래하면서 병역자원 급감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각개전투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이 훈련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초(超)저출산 세대'(2002년생 이후 출생)의 군입대 시기가 도래하면서 병역자원 급감이 본격화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일 때 초저출산으로 분류하는데 그 수치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2002년이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병력 50만명선'도 이르면 1~2년 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2년 1.17명을 기록하며 그해 출생아 수가 약 49만7000명(남녀 합산)까지 떨어졌다. 한국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째 출산율이 줄어들며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 유일한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로선 2002년생이 현역입영대상이 됐던 2022년부턴 상비병력이 늘어날 요인이 사라졌다. 군은 상비병력 유지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20세 남자인구'를 활용한다. 현재 군은 약 50만명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육군 36만5000여명, 공군 6만5000여명, 해군 4만1000명, 해병대 2만9000여명 등이다.

2024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시작된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들이 채혈을 마친 후 지혈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군은 올해 20세 남자인구를 24만5000여명으로 판단한다. 관련 수치는 내년 22만6000명으로 급감한다. 약 2만명 이상 줄어들어 장교·부사관 등의 병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병력 50만명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 15년 뒤인 2039년에는 15만6000여명 수준으로 급감해 '병력 40만명선'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지난해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병력 50만명선'을 유지하려면 매년 22만명을 징병 또는 모병해야 한다. 특히 국방부는 관련 대책으로 신규 임관하는 여군의 비율을 2022년 9%에서 2027년까지 15.3%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27세인 간부 임용 상한연령도 29세로 높였다.

기초군사교육 후 집에서 출퇴근하는 '상근예비역'은 현재 1만명 수준에서 내년까지 5000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기준 개정을 통해 현역판정률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고도비만인 사람도 앞으로는 4급 보충역이 아닌 현역으로 복무하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

인력 구조도 재설계한다. 국방부는 시설 관리나 복지 분야에 대해선 민간 아웃소싱(외부조달) 등을 검토하고 있다. 비(非)전투 분야인 교육, 행정, 정비 등은 군무원을 비롯한 민간인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중심으로 부대구조를 재설계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안보융합원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인한 군의 첨단화·과학기술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첨단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을 길러내는 역할, 장병들의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동북아 역내 불안정성 심화로 적정 수준의 상비병력 지속 유지는 불가피하다"며 "50만 상비병력 유지를 위해선 매년 22만명 수준의 병역자원이 확보돼야 하므로 20세 남자인구가 22만명 이하로 감소하는 2035년 이후를 대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돈만 내고 우린 못 받아?"…국민연금 개혁 미루면 30년 후 벌어질 일




국민연금 '낼 사람'과 '받을 사람' 추계/그래픽=윤선정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난 2일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정부 부채 문제를 거론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적기에 연금개혁을 하지 못해 정부가 부족분을 부담하게 될 경우 생기는 문제를 우려해서다.

조 원장의 경고처럼 연금개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연금개혁이 지체될수록 부담은 커진다. 현재 가장 두터운 인구층은 40~50대인데, 이들이 노인 연령에 도달하면 마름모 형태인 인구피라미드가 역삼각 형태로 바뀐다. 향후에는 연금을 낼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많아진다. 연금을 낼 사람이 많을 때 연금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역피라미드 형태로 바뀌는 인구구조…연금 낼 사람 부족한데 받을 사람만 많아진다

28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이하 중위추계)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20~59세 인구는 2984만3651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대비 57.7%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은 만 19세 이상 60세 미만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20~59세 인구 대부분은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인 만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를 기준으로 1232만775명이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증가해 65세에 도달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매년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연금개혁 없이 지금의 인구구조가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에 미래는 없다. 초저출산의 영향으로 20~59세 인구는 앞으로 계속 감소한다. 특히 향후 십수년 사이에 65세 이상 인구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2042년 20~59세 인구는 2296만6079명이다. 같은 해 65세 이상 인구는 2355만7435명으로 20~59세 인구보다 많아진다.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민연금은 적자에 빠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적자가 2041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구조와 궤를 같이 한다. 적자가 계속되면 국민연금은 언젠가 고갈한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2055년으로 본다.


◆ 속도내지 못하는 연금개혁…KDI의 제안은 연금개혁 걸림돌 '데자뷔'

국민연금 고갈은 모두가 우려하는 일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적자 시점부터 발생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우리 증시의 '큰 손'이다. 기금에 적자가 발생하면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을 빼야 한다. 복지부 추계가 맞다면 2040년 1755조원까지 늘어난 국민연금 적립금은 불과 15년 만에 소진된다. 15년 동안 주식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연금개혁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연금개혁 정부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연금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정부안에 담지 않았다. 이후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곳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민연금 기금의 이원화를 전제로 한 신(新)연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연금개혁 이전에 적립한 기금과 이후에 적립한 기금을 구분해 세대간 형평성을 높이자는 게 KDI의 안이다. KDI 역시 연금개혁이 5년만 늦어져도 추가적인 부담이 260조원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KDI의 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재정안정과 노후소득을 강조하는 각 진영이 엇갈린 입장을 내던 것과 비슷하다. 각 진영은 서로의 목소리만 내다가 결국 합의안에 이르지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고갈이 불가피하고 후세대가 많은 재정적 부담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KDI의 방안이 일면 해답처럼 보일지 모른다"면서도 "KDI의 방안은 사회적 약자들의 보장성을 약화시키고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면서도 그 방법이 정의롭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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