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엄지척 'K농슬라' 또 혁신…"알아서 농사짓는 'AI 트랙터' 개발"

머니투데이 대담=김진형 산업2부장, 정리=김성진 기자 | 2024.03.04 05:30

[머투초대석]원유현 대동 부회장 "AI로 정밀농업 시대 이끌 것"

원유현 대동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KTF, KT 경영전략실, 미래융합사업추진실을 거친 IT 전문가다. 대동을 단순 농기계 회사에서 미래농업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원 부회장은 "수많은 산업 중 농업이 AI(인공지능)가 가장 활발히 활용될 산업"이라 전망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동'은 한국 농업 기계화의 역사다. 경운기, 이양기, 트랙터, 콤바인까지 모두 한국 최초로 만들었다. 그렇게 대동은 국내 농기계 시장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해외 진출 후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콤팩트 트랙터 부문 3위까지 올라섰다.

대동은 이제 농기계 제조 기업에서 '미래 농업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래농업'을 리딩하기 위해 AI(인공지능)를 도입하고 데이터를 학습시켜 농업 솔루션을 제공할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솔루션을 구현할 하드웨어는 대동이 생산하는 농기계들이다. 자율주행 3단계 트랙터를 지난해 선보였고 2년 후엔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 농사짓는 온디바이스 AI 트랙터가 나온다. 농작업을 도울 로봇들은 올해부터 시장에 선보인다.

이 모든 과정이 원유현 부회장(사진)이 대동에 합류한 2019년 이후 진행되고 있다. 원 부회장을 만나 대동이 그리는 '미래 농업 솔루션 기업'의 청사진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0년 선포한 비전 '미래농업 리딩 기업'의 의미는 무엇인가

▶2050년에는 글로벌 인구가 100억명에 도달하는데 경작지는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 농가의 평균 연령이 68세로 고령화,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자연스레 농업도 기업형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농사 잘 짓는 농부가 경작지에 콩을 스무줄 심었는데 GPS와 자율주행 농기계로 심으니 스물다섯줄을 심었다. 생산성의 혁신이다. 이제는 경험 중심의 관행 농업을 극복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농사짓는 '정밀농업' 시대를 이끄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대동이 2020년에 '미래농업 리딩 기업'이란 비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섹시한 슬로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존디어'(글로벌 1위 농기계 기업)가 CES에서 기조연설을 할 만큼 농업이 테크산업화되고 있다. 대동도 내년엔 CES에 참가할 계획이다.

-목표인 미래농업 플랫폼 비즈니스를 쉽게 설명한다면.

▶정밀농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AI에 탑재하고 이걸 묶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엔 농기계를 팔았다면 그 농기계로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전국 농경영체가 2019년 13만개에서 3년만에 17만개로 늘었다. 농경영체들은 경작 효율을 높이고 싶어한다. 농경영체는 앞으로 '솔루션'까지 구매할 것이다. 솔루션은 한번 사용하고 익숙해지면 그 회사 솔루션만 사용하게 된다. 이게 플랫폼 사업 수익의 핵심이다.

- 자신이 경작할 농지에서 가장 최적의 농사법을 제공하는 것인가

▶ 무인화, 지능화, 자동화를 구현하는 대동 '커넥트 앱'을 2021년에 출시했다. 원격으로 수확량을 모니터링하고, 농기계를 관제·점검하는 앱이다. 과거에는 비료를 언제 뿌릴지, 얼마나 뿌릴지, 이랑은 얼마나 팔지 등 농사법을 오랜 세월 땀 흘려 터득했다. 기계도 손으로 직접 움직였다. 이제는 커넥트 앱으로 드론을 띄워 경작지를 가로·세로 4m, 8m, 10m 단위로 구획을 정하고 비료와 농약 살포도 원격으로 할 수 있다. AI가 구획별 생육 상태와 예상 수확량을 계산해 살포량도 알려준다.

-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건가.

▶상용화는 2026년에 한다. 하지만 개발이 상당히 진행됐고 실증과 타당성 검증을 하고 있다. 실증은 벌써 수차례 했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23만평 규모 100여개 벼 재배지에 데이터로 솔루션을 제공했다. AI가 비료 종류와 살포량을 처방했고 벼의 생육 전주기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했다. 농부가 경험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보다 비료를 6% 적게 썼다. 수확량은 18% 늘었다.

올초에는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와 정밀농업 확산 업무 협약을 맺었다. 연합회는 농지를 50헥타르(15만평) 이상 경작하는 25인 이상 농업경영체가 모인 단체다. 쌀과 콩, 마늘, 양파를 재배하는 농가에 작물 생육 전주기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자동차는 자율주행이 중요하지만 농기계는 자율작업이 핵심이다. 각기 다른 경작지에 맞춰 기계가 알아서 작업하는 것이다. 존디어는 이미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자율작업 트랙터를 선보였다. 대동은 지난해 자율주행 3단계 트랙터를 출시했다. 3단계는 사람이 타야 한다. 기계는 보조하는 역할이다. 4단계 완전무인화는 2026년이 목표다. 온디바이스 AI로 개발 중이다. 작업하다 보면 돌발 상황이 생기는데, 인터넷 연결 없이 AI가 100% 홀로 대처할 것이다.

원유현 대동 부회장은 CES에서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던 존디어의 개막 행사 주제 발표를 듣고 대동을 미래농업 플랫폼 기업으로 바꾼다는 구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미래농업 플랫폼이 단순히 '섹시한 슬로건'이 아니라고 반복해 강조했다. 미래농업 리딩 비전이 제각각이 아니라 스마트팜과 논밭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농업 솔루션에 따라 알아서 농사짓는 자율작업 농기계와 로봇을 개발하는 구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26년 상용화는 도전적인 목표인가.

▶그렇다. AI 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매출 1조원대의 기업이 수백명의 AI 전문가를 채용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자율주행 R&D(연구개발) 지원 예산도 3000억원 중 2700억원이 자동차 회사로 갔다. 대동이 외부 기관과 협력 MOU(양해각서)를 많이 맺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연구소, 대학 등과 많은 MOU를 맺고 공동연구를 하면서 그 인력들을 활용하고 있다.

AI 학습에 활용할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도 쉽지 않다. 한국도 '농업 디지털화'는 2~3년 전부터 강조했는데, 공공데이터를 개방받아 보면 쓸만한 게 없다. 축적한 데이터는 있어도 AI 개발에 활용할 수준은 아니었다. 데이터는 직접 수집하고 있다.

- 작년에 로봇사업을 시작하고 올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로봇사업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하기 어려운 작업,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최근 포스코와 낙광수거 로봇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화제였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고 농업용 로봇도 준비한다. 이달부터 유럽에서 잔디깎는 로봇모어를 판매한다. 미국도 곧 진출한다. 로봇 사업에 진출한 지 1년만에 수익을 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3분기는 자율주행 추종로봇을 출시한다. 지금은 과일을 수확하면 사람이 바구니에 담아 옮기는데 추종로봇이 작업자를 따라다니고 바구니가 채워지면 가져다 놓고 돌아온다. 평창의 한 과수원에서 실증을 했는데 사과 수확에 필요한 인력이 3분의 1 감소했다. 향후엔 추종로봇에 방제, 수확기능까지 붙이게 된다. 쿠팡 물류센터에 수백대의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과수원에서 추종로봇이 그렇게 돌아다니게 된다.

- 올해 농기계 수출은 어떻게 전망하나.

▶전체 매출의 70%를 수출로 거두고 있다. 미국은 컴팩트 트랙터(50마력 이하) 시장에서 TOP 3다. 취미로 농사 짓는 하비파머가 줄면서 시장은 축소했는데 대동의 판매는 늘었다. 현재 점유율은 8%로, 두자릿수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작년부터는 중대형 트랙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유럽에 힘을 싣는다. 제대로 공략하지 않던 시장이라 매출을 작년의 두배로 키우는 게 목표다. 관건은 트랙터의 작업기다. 트랙터는 본체에 작업기를 부속으로 붙인다. 같은 트랙터도 고객마다 제설, 농업, 이동 등 용도가 다르다. 시장 점유율을 빨리 높이려면 다양한 니즈에 맞춰야 한다. 앞으로는 유럽 매출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다. 유럽 법인을 네덜란드에만 뒀는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추가할 수 있다.

-최근 증시에서 '밸류업'이 이슈다. 대동도 장기간 저 PBR 상태다.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안은 무엇인가

▶농업 자체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다. 대동은 농기계 산업을 벗어나 테크기업이 됐다. IR 활동을 강화하고 사업을 잘 알릴 것이다. IR 조직을 운영한 지 1년밖에 안됐는데 활성화할 것이다. 배당 등도 주주가치 제고의 기본적인 것들도 강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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