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지난 26일 일본 취업시장에서 '오야카쿠'라는 신조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야카쿠란 '부모(親·오야)'와 '확인(確認·카쿠닌)'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려 할 때 입사 예정자가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사전에 부모의 확인을 받는 절차다.
NHK에 따르면 기업들은 부모나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취직을 수락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묻고 '고용서약서'에 부모의 서명란을 따로 만든다고 한다. 서약서에는 "제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사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적혀 있다.
채용시장 내 부모의 입김이 세지면서 '오야카쿠'와 더불어 학부모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오야오리(Oyaori)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사카의 한 IT 기업은 입사 예정자의 부모를 초청해 입사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입사 설명회에는 입사 예정자 5명과 학부모 8명이 참석했다.
해당 회사는 직원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인 평일 저녁을 골라 입사설명회를 열었다. 부모들이 설명회 후 실제 근무현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오피스 투어'를 진행하고, 선배와의 친목회도 개최했다.
회사 측은 "학생들이 취직할 기업을 선택할 때 부모의 의견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 같은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오야카쿠, 오야모리 문화는 구직난에 시달리는 일본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수년새 일본 채용시장은 급감한 인구 탓에 철저히 '구직자 위주 시장'이 됐다.
지난 1월 일본 구직사이트 '마이나비(Mynav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봄에 취업을 계획 중인 대학생들의 부모 851명 중 52.4%가 '오야카쿠', 즉 일자리를 제안하는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6년 전(17.7%)보다 약 3배 급증한 수치다.
앞으로 부모들의 채용 시장 내 입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세가와 요스케 취업정보사이트 연구원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대졸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이른바 '판매자 위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부모가 찬성한 기업에 자녀들이 입사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업이 '오야카쿠'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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