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일대가 '교통지옥'이 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다. '입법 공백' 상태로 인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사실상 집회·시위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 100미터(m) 안에서 집회·시위를 일괄 금지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으나 선거를 앞둔 여야는 이같은 상황을 사실상 방치한다.
━
6월부터 집시 가능해지는 대통령 '관저' 일대…한남대로 '교통 지옥' 예약━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부터 100m 내 집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 11조 3호는 오는 5월31일까지만 적용된다. 헌재가 2022년 12월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진행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서다. 여야가 법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오는 6월부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도 집시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시행령을 고쳐 집시법 12조가 명시한 주요 도로에 대통령실 주변 '백범로-이태원로-다산로'와 '서빙고로'를 추가했다. 집시법 12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간선도로의 집시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집회 주최 측이 법원에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해 집시를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대통령실 인근 집시 금지 통고와 관련 법원은 여러 차례 집시 주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5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지난달 참여연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모두 경찰을 상대로 승소했다.
━
용산 한남동, 지금도 막히는데…"입법 미비 막아야" ━
관저 인근 집시가 허용되지 않은 지금도 관저를 둘러싼 도로 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의 통행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속도는 관저 기준 △동쪽 동호로 22.7㎞/h △서쪽 한남대로 34.3㎞/h △남쪽 서빙고로 31.5㎞/h로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통 상황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도로교통공단은 40㎞/h 이상을 기준으로 교통 상황을 원활하다고 본다.
이에 오는 6월 대통령 관저 앞 집회와 시위가 허용되면서 일대 교통 혼잡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병목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한남동에 전례 없는 교통대란이 연중 지속될 것이란 우려다.
경찰 관계자는 "한미 군사 훈련 반대 같은 시위가 관저 앞인 한남대로 등에서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전례 없는 교통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왕복 8차선 도로에서도 차선이 좁아져 병목 현상이 생기면 이 일대 차량 정체가 극심해진다"며 "집시가 이뤄지는 구간이 아니더라도 인근 도로가 다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미비를 막기 위해 집무 공간을 중심으로 기준을 세워 빠르게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관저 역시 대통령실(집무실)과 분리됐다고 하더라도 집무와 관련된 사람을 초대하는 공간인지 등을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