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대신 자율성 초점…상속세 완화 등 주요혜택은 빠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4.02.27 05:30

밸류업 지원방안 공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시장 눈높이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시장에 거론됐던 증시 부양책보다 강도가 약할 뿐더러 세제혜택이나 강제성 부여 등 파급력을 키우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고, 우수기업에 부여할 인센티브를 위한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다만 정부가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다양한 세부안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은 △상장기업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세제지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ETF(상장지수펀드) 개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반영 등이다.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동안 시장이 기대했던 주요 대책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배당확대 혹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은 세무조사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등의 조치도 기대를 샀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하는 만큼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되는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과 기업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일정비율 이상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정부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이 세정지원으로 거론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국세청의 정기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정도다. 기업들의 관심이 컸던 상속세 완화, 이사 사업기회 유용금지 강화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 내용 등도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밥을 지으려고 쌀통을 열었는데 쌀이 없는 격"이라며 "이번 정책은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평가를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기업소득환류세제(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추가 징수하는 제도)보다 약한 대책이 나왔다"며 "시장의 실망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 상향이나 자사주 소각 확대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만한 대책이 빠진 상태라면 더 이상 저PBR 종목을 펀드에 담을 이유가 없다"며 "일본처럼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뿐 아니라 기업의 의지와 투자자들의 신뢰가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투자자들이 좀 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큰 틀만 공개했을 뿐, 세부 진행사항은 법령검토를 통해 보완할 계획이고 시장의 의견을 취합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관점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5월 기업 밸류업을 위한 2차 세미나를 열 예정인데, 현장에서 세제지원 등의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공개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전문가들도 이를 주목한다. 정부가 이번 1차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본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던만큼 적어도 일본에서 시행한 정도의 정책은 마련할 것이란 논리다. 일본의 정책 발표는 지난해 초였고, 시장에서의 효과는 최근들어 부각되고 있을 정도로 중장기적 접근이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보다 느릴순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더 구체화 될 것"이라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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