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중재' 나선 의대교수…의사집단, 대표성 놓고 내분 조짐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구단비 기자 | 2024.02.27 05:15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이 극에 치달은 가운데 의사집단에서 또 다른 '중재자'가 등장했다.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지난 17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23일 정진행(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 비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23일 저녁 2시간가량 만나 "비대위 규모를 전국으로 확대 재편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어 이 비대위와 전공의·의대생 등 80여 명은 26일 서울대 의과대학 행정관에서 긴급회의를 진행하며 "정부의 대책에 무조건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확한 원인부터 진단한 후 '치료법'을 내놓겠다"고 의견을 조율했다.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집단의 대표로 나서왔지만, 판을 바꿔 의대 교수들과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료전문가가 모인 새 협의체를 꾸리고 4월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정부와 대화하자는 것이다.

정진행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누가 대표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도 "우리 교수들의 역할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지도하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이렇게 단체로 사직·휴학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는 정진행 위원장에 대해 '(정부와 대화할) 대표자 자격은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법적으로는 의사협회가 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구조로 설정돼 있는데, 의협 구조나 여러 가지 의사결정 구조, 집행부의 구성 등을 보면 개원가 중심으로 돼 있다"며 "의료계는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을 대화 상대자로 인식하지 않는 듯한 정부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주 위원장은 "정부는 의협 비대위가 의사의 일부(개원의) 단체인 것처럼 말하며 장난질 치는데, 그런 식이면 정부와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의대 교수들도 의협 비대위와 의협 소속 회원"이라고 했다.


의협의 이 같은 '견제'는 정부를 압박할 동력원을 잃어버릴 우려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이 강하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진료 거부에 나섰을 당시에도 전공의 휴진 비율은 70~80%대였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진율은 파업 첫날 10.8%, 이튿날 8.9%, 마지막 날 6.5%에 불과했다.

만약 전공의가 복지부와 일부 교수들의 설득에 복귀한다면 의협 입장에선 정부와의 대화 상대자에서 점차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인 대표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6일 의사·정부의 '사회적 대화'를 촉구했다.
최희선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대 교수들도 환자 곁을 떠나 투쟁에 동참하려고 한다"며 "이것은 한마디로 '파국'이다. 환자들에게 최악의,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 같은 환자 피해는 의사·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먼저 노조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밀며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은 의사만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는 "2000명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는 필수·지역·공공의료 위기를 해결하고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라면서도 "하지만 추진 방식과 교육의 질 향상 방안, 재정 지원 방안 등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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