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대비 4.4%포인트(p) 오른 43.5%, 민주당은 같은 기간 0.7%p내린 39.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2월 3주차 이후 1년 여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은 3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이번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과 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총 통화 시도 2만7281명 중 1002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텃밭(양지)이라 할 수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직전 조사 대비 7.8%p 높아졌고 TK(대구·경북)에서도 6.0%p가 높아졌다. 반면 민주당은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광주·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2.9%p 하락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차기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는지"라며 "이 지역에서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연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정권 교체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1차 경선 결과 호남 지역 네 곳의 현역 의원이 모두 물갈이됐다. 이를 두고 현 민주당이 대여공세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호남 유권자들의 평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들이 나왔는데 그것과도 무관치 않은 현상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더 중요하게 본 것은 30대 지지율이다. 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3.5%p 뛴 42.4%, 민주당 지지율은 7.8%p 떨어진 33.8%로 나타났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큰 변화다.
2030 세대의 특징은 40대 이상과 달리 이념적 잣대로 설명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과 연관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야를 넘나들며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는 세대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실장은 "30대는 스윙보터라 할 수 있고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반응도도 가장 높다"며 "문제는 이 세대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다 돌아서면 무당층이 되는 것 뿐 아니라 아예 반대편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위기감을 가질만한 포인트"라고 했다.
30대 지지율에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로는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 유무가 꼽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도 "(총선 전략 핵심은) 좋은 사람을 발굴해 공천을 주는 것과 잡음을 최소화하는 건데 국민의힘은 둘 다 선방했다"며 "민주당은 영입인재가 눈에 띄지도 않고 공천 과정도 대단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중도 뿐 아니라 강성 지지층도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민주당 일각에서 이같은 지지율 하락세가 일시적이라 판단하는 데 대해 "매우 안일한 판단"이라며 "공천갈등을 완화시켜야 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공천을 준다거나 서울 은평을에서 강병원 의원과 김우영 예비후보간 문제를 정리하는 등 수습하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했다.
총선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에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어쨌든 국민의힘에서는 새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보여주기식일지 몰라도 한 비대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나름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고 그 효과도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만약 한 위원장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한다거나 그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뛰어넘는 대안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는다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임계점을 지나서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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