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끝나도 고물가…'요금동결' 공공기관에 성과급 더 준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 2024.02.26 05:06

물가안정에 기여한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최대 2점의 가점을 받는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1~2점 차이로 등급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안정 노력만으로도 성과급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대응도 본격화한다. 이런 행위를 올해 하반기부터 금지행위로 규정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설 연휴 이후에도 물가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다. 가용한 카드를 총동원해 2%대 물가를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물가안정' 나선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가점 2점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물가안정에 기여한 기관은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가점은 최대 2점으로 정해졌다. 공공요금 관련기관인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이 물가안정 가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중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평가를 실시한다. 각 공공기관은 등급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영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이 정부 정책 방향을 따라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경영평가 기준을 세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에 이를 정도로 고물가였던 2011년에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물가안정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2011년 경영평가에선 공공요금 안정 등 공공기관의 물가안정 노력과 성과를 '사회공헌' 지표의 세부 평가에 포함했다. 이에 상당수 공공기관이 '수입'에 해당하는 수수료와 요금 등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제한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작성한 2011년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당시 수도요금을 동결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력요금 인상을 최소화했다. 경영평가단은 거론된 공공기관을 두고서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관의 수익성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었다.



'꼼수' 가격 인상은 하반기부터 본격 제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비엔나 소시지 등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일부 식품 기업을 중심으로 가격을 주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방식의 가격 인상(슈링크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견과류, 맥주, 우유, 치즈 등 9개 품목의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내용과 무관./사진=뉴스1

고물가 상황에서 논란이 됐던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은 하반기부터 이뤄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마치고 하반기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을 축소하는 행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중요 원재료 함량 비율을 낮추는 행위'를 위반행위로 규정했다.

또 상품의 중요사항이나 원재료 함량이 바뀌는 경우에 3개월 이상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적용 품목은 즉석밥, 카레, 두유, 사이다, 부탄가스, 구강청결제, 반려동물 사료 등 다양하다. 고시에서 규정한 내용을 어길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10월 3.8%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에 2.8%로 떨어졌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황에 따라 물가는 다시 출렁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주요 부처 장·차관과 물가안정 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2%대 물가 안착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회의체를 통해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지나도 잡히지 않는 '과일 물가'…기름값도 심상찮다




설 연휴 이후에도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명절 성수품 수요는 다소 줄었지만 워낙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값마저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10개 가격은 2만9193원으로 평년 대비 19.9%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6% 오른 가격이다. 단감과 배 가격도 평년 대비 각각 72.1%, 7.5% 올랐다.

과일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은 건 지난해 작황 부진의 영향이다. 지난해 기상 악화와 탄저병 등의 영향으로 사과와 배 생산량은 각각 30.3%, 26.8% 감소했다. 사과와 배의 대체 과일이라고 할 수 있는 감 역시 작황이 좋지 않았다. 사과와 배, 감 생산량이 동시에 감소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성수품 수요가 줄어든 설 연휴 이후에도 과일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과만 하더라도 설 연휴 직전에 2만5000원대를 유지했지만 설 연휴 이후 가격이 오히려 더 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명절 이후에는 통상 수요가 줄어드는데 최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일 수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3월 말까지 수입업체에 과일 관세 인하 물량 2만톤을 추가 배정한다. 마트 직수입 허용 등 제도도 즉시 개선한다. 특히 과일 수입 실적 등을 지속해서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할당 관세를 검토한다.

정부는 기름값 변동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름값은 최근 국제유가 상황에 따라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7.6원 상승한 리터당 1627.1원이다. 경유 판매가격도 전주보다 16.9원 오른 리터당 1529.5원이다.

휘발유 판매가격은 1월 마지막 주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그전까진 16주 연속 하락했다. 1월 마지막 주에 리터당 1579.0원이던 휘발유 판매가격은 2주 연속 리터당 16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유 판매가격 역시 16주 연속 하락하다가 1월 마지막 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번 달 말 종료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했다. 기름값이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범정부 석유시장점검단도 가동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직접 주유소를 방문해 국제유가 상승분 이상의 과도한 가격 인상이 없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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