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건 전통적인 대기업들이다. 대표적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를 밑도는 은행이 있다. 지난 90년대 버블 붕괴이후 일본은행들은 부실채권 등 부정적인 유산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반면 이런 유산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생기업들은 기업가의 강력한 리더십에 힘입어 기존 업계 질서를 재편하고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젠쇼는 식재료 조달부터 제조, 물류까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서 비용을 절감했으며 기존 시스템에 규동, 패밀리레스토랑, 회전초밥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접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일본 인구 감소에 대비해 해외 M&A(인수합병)에 일찌감치 뛰어들었으며 해외 매장도 1만개에 달한다.
1989년 상장한 니토리 홀딩스, 1994년 주식을 상장한 패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142개 기업을 보면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후 급성장한 기업이 눈에 띈다. 철저한 시스템과 원가 경쟁력이 다시 찾아온 인플레이션 시대에서도 강점이 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하이테크 기업도 속속 탄생했다. 1990년 상장한 레이저텍은 노광장비에 필수적인 마스크 검사장치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0%다. 회사는 고객인 반도체 제조업체의 기술 진보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글로벌 틈새시장 1위'의 입지를 다져왔다.
외국인 투자자 보유 비중 증가는 1990년대 후반 일본 회계제도의 국제화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의 재무제표를 미국 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게 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일본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사업회사)이 서로 주식을 보유하는 '교차 지분 보유'를 줄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을 흡수했다.
1985년 당시 일반기업과 은행, 보험 등 3대 주체의 일본 주식 보유 비중은 66%에 달했다. 1990년대 버블 붕괴와 주가 하락으로 이들은 보유주식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주식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으며 3대 주체를 합친 '안정 주주' 비율은 30년 만에 반 토막수준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등장은 일본 기업 경영에 투명성과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가져왔다. 미국 투자회사 카나메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인 토비 로즈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도요타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큰 기대를 걸었다. 토요타자동차는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사주 매입 등 일본 상장기업들의 주주 환원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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