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훨훨'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어벤져스' 금기어 된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4.02.24 06:11

[이슈속으로]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그룹 '어벤져스'(Avengers). 위기 상황을 단번에 해결하는 영웅적인 인물이란 뜻의 비유로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주 쓰인다. 그런데 이 '어벤져스'가 금기어가 된 곳이 있다. 바로 SK하이닉스다.

때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하이닉스는 그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고, 이듬해 솔리다임이란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솔리다임 인수가는 약 90억달러(약 11조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인수합병)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이 때 인수를 담당했던 사내 태스크포스(TF)의 이름이 '어벤져스'였다. 새로 추진하는 사업 등이 외부로 공개되면 안되니 이같은 일종의 코드명을 지어 부른다. '어벤져스'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SK하이닉스는 D램에 더해 낸드플래시까지 메모리 경쟁력을 골고루 갖추겠단 전략 아래 솔리다임을 야심차게 사들였다.

어벤져스를 등에 업은 솔리다임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인수를 두고 "SK하이닉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인텔의 산업 이해도와 생태계를 활용하며 "인수 5년내 낸드 시장 점유율을 인수 이전 대비 3배 이상 올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수 이후 만 3년 정도가 지난 지금,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인수 직후 맞닥뜨린 반도체 업황 침체에 특히 낸드플래시가 직격타를 맞으면서다. 11조원을 쏟아부었는데, 돌아온 건 누적 적자 7조원이다.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연결기준 실적에 포함되기 시작한 2022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만 2년만의 성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솔리다임의 총자산은 12조9943억원, 총부채 13조4579억원으로 자본총계 -4636억원의 완전자본잠식상태다.


자금난에 빠진 솔리다임은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 지사가 문을 닫고 본사 인력을 약 30% 해고했다. 생산규모도 대폭 줄였다. SK하이닉스도 솔리다임과 역량을 통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사이 어벤져스는 사내 금기어가 됐다.

물론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 성과를 당장 평가하기엔 이른 측면이 있다. 업계는 낸드 업황이 개선된 후 실질적 인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다행히 낸드 업황은 올해 들어 개선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낸드 시장 규모가 536억달러로, 전년 대비 30.7%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범용제품(128Gb 16G×8 MLC)은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지난달 대비 8.9% 오른 4.72달러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도 솔리다임 인수 직전인 2020년 3분기 11.3%(트렌드포스)에서 3년 후인 2023년 3분기 20.2%로 늘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딜 마무리는 '비욘드'(Beyond) TF가 맡는다. SK하이닉스는 70억달러의 1차 대금을 이미 지급했고, 2차 대금 20억 달러는 내년 3월쯤 지급한다. 인수가 끝나면 낸드플래시 웨이퍼 연구개발(R&D)과 중국 다롄 공장 운영 인력에 더해 관련된 유·무형자산까지 모두 이전받는다. 비욘드 TF가 어벤져스를 넘어, 지금까지의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 위한 과제를 무탈히 해결할지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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