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이 부장님이 찍어준 종목이에요" 대신증권 사칭한 그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24.02.22 14:40
대신증권 사칭 불법 리딩방 주의 관련 공지사항 /사진=대신증권
#"이경민 대신증권 부장님이 매일 종목 추천해드립니다. 오후엔 강의도 있으니 주식 실력 키워보세요."

최근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30대 박모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텔레그램에서 이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본인을 대신증권 매니저라고 했다. 증권업계에서 유명한 이경민 투자전략본부장의 투자 전략을 들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박씨는 의심 없이 '대신증권 주식방'(가칭) 채팅방에 입장했다. 매일 장 시작 전 추천해주는 종목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추천주인 코스닥 상장사 A의 주가는 4만8850원에 시작했지만 장 초반에 5만원을 뚫었다.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5% 넘는 수익을 올렸다며 인증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이 채팅방은 대신증권과 이 부장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이었다. 대신증권은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불법 리딩방이 부쩍 늘었다고 토로한다. 텔레그램에 수시로 해당 채팅방을 신고하고 있지만, 불법 리딩방 운영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형사 고소·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전날 홈페이지 등에 회사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의하라는 공지를 띄웠다. 회사의 로고나 도메인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 부장을 비롯해 임직원을 사칭하는 불법 리딩방의 투자사기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지난 6일에 이어 이달에만 두 번째 같은 내용으로 공지를 올렸다.

대신증권은 이 부장이 운영하는 채팅방은 1건뿐이며 이외에는 모두 가짜라고 설명했다. 고수익 보장, 유료 회원 투자 상담 등 허가받지 않은 불법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리딩방을 절대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집계하지는 않고 있지만 확실히 최근 들어 사칭 리딩방이 많아졌다"며 "많으면 하루에 5건씩 플랫폼 운영사(텔레그램 등) 에 채팅방을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리딩방은 처음엔 종목 추천으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이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이를 미끼로 결국 투자를 유도한다. 실제로 박씨가 참여한 채팅방에서도 처음 하루 이틀 동안은 종목만 추천하다가, 고수익 비공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투자를 권했다. 대신증권에서도 비밀 프로젝트를 내세워 불법으로 투자금을 모은 사례를 확인했다.

그러나 실제 고소·고발을 진행해도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텔레그램 특성상 불법 리딩방 운영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해도 대상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지사항을 통해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검사업무 운영계획에서 불법 리딩방에 대해 일제점검·암행점검을 실시하고, 신고 포상을 확대하는 등 불법 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대가를 받고 투자자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주식 리딩방은 정식 투자자문업자만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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