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없이 애 낳으래요" "난소암 아내 고열"…전공의 떠난 병원은 지금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김미루 기자, 정심교 기자 | 2024.02.22 05:20

고령 암환자·출산 앞둔 산모 등 '빅5' 진료 차질 이어져
정부 피해신고센터 58건 접수, 수술 취소만 44건 달해


"어유 답답해서 어떡해. 사람이 너무 많고 그냥 계속 기다리라고만 해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앞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평소보다 약 50% 정도 규모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50대 남성 B씨는 "전주에서 새벽 내내 아들과 교대 운전하면서 올라왔다"며 "항암 중인 아내가 고열과 설사 증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B씨의 아내는 난소암으로 최근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그는 "다시 항암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며 "응급실에서 받아줘서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기존 입원 항암을 진행하는 일부 환자에게 외래항암을 권하거나 입원 날짜를 변경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래항암은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것으로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치료 이후 귀가해서 구토나 손발 떨림 등 부작용을 겪었을 때 바로 대응하기 어려워 일부 보호자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출산을 앞둔 산모에게는 전공의 부족이 청천벽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도 오전 10시~낮 12시 사이 진료 대기 시간이 100분대로 길어졌다. 당초 예약 시간보다 진료가 두 시간가량 미뤄지기도 했다.

자연분만 때 무통주사를 못 맞는다는 통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왕절개를 고민한다는 산모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자연분만이 예정됐던 한 산모는 "무통주사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무통주사 없이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무통주사 등을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족을 겪고 있다. '빅5' 대학병원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취과 인력이 워낙 부족한 데다가 전공의 파업까지 겹치면 자연분만 시 무통주사를 놓을 인력이 없어 제공하기 어렵다고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환자 가족들의 수심도 깊었다. 70대 여성은 "남편이 응급상태로 실려 왔는데 전공의가 떠났다는 뉴스를 보니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수술의 경우 중증도가 심한 암 수술, 장기 이식수술, 심뇌혈관 수술 등을 우선순위에 놓고 최대한 차질 없이 진행하려 한다"며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경증인 경우 일정을 연기하는 등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포털(E-GEN)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8분 기준 세브란스병원의 일반응급실 상태는 '빨간불'이다. 빨간불은 일반응급실에서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이 50% 미만이라는 소리다. 기준병상 수 20개 중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은 1개뿐이었다.

다른 빅5 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빨간불'에 가용병상이 -9로 과밀화 상태로 나타났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 모두 사용 가능한 응급실 병상 수가 전체의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한편 21일 기준,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총 58건 피해사례는 수술 취소 44건, 입원 지연 1건, 진료 예약 취소 8건, 진료 거절 5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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