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코카콜라는 한정판 신제품 '제로 한류(K-Wave)'를 발표하면서 전면 패키지(포장)에 한글을 표기하기로 했다. 신제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 가요의 인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출시 배경에 대해 "한류가 세계 시장에서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색상의 외관으로 눈길을 끌고, 맛에도 차별화를 뒀다.
한글은 신제품 중앙에 배치된다. 제품 전면 배경으로 코카콜라 고유 서체(스펜서체)로 쓰인 한글 '코카-콜라' 로고가 박혔다. 해외에 유통되는 제품에도 이 표기는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과 프랑스·스페인·싱가포르·일본 등 36개국에 유통될 예정이다. 특정 국가 언어를 패키지에 사용한 건 130년이 넘는 코카콜라 역사상 처음이다. 이에 대해 권정현 한국·일본 코카콜라 브랜드 마케팅 리드 상무는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식품 업계는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의 한글 표기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세계 식음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얘기"라며 "특히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한글을 전면에 표기한다는 건 사실 상당한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추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 등 해외에서 유통되는 주요 제품을 한글로 표기했었다. 비비고는 지난해 기준 70여개 국에서 판매고 있으며, 소비층의 해외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브랜드 로고변경을 통해서)주요 국가뿐만 아니라 K-푸드 미개척시장까지 비비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한국 식문화를 전 세계 구석구석에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기업의 의도와 달리 현지에서 한글 표기로 전환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해외에 진출하면서 주로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하는데 현지 가맹점주가 메뉴판에 한글을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현지화를 위해 한글 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점주들이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글을 사용하는 경우다.
식품 업계는 해외에서 한글을 활용한 제품·브랜드 표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현지에서 한글을 사용하는 게 이국적으로 비춰진다는 설명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한글 표기가 곧 한국이란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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