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아내 열 펄펄, 전주서 왔는데"…전공의 없는 병원서 발동동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4.02.21 14:52
"어유 답답해서 어떡해. 사람이 너무 많고 그냥 계속 기다리라고만 해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앞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같이 말했다. 보호자로 함께 온 가족들이 A씨를 진정시키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평소에서 응급환자 방문이 많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이번 전공의 사직서 제출로 인해서 평소보다 약 50% 정도 규모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들은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우려를 표했다.

50대 남성 B씨는 "전주에서 새벽 내내 아들과 교대 운전하면서 올라왔다"며 "항암 중인 아내가 고열과 설사 증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B씨의 아내는 난소암으로 최근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그는 "다시 항암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며 "응급실에서 받아줘서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부인을 담당했던 전공의와 직접 얘기하면서 왜 열이 나고 뭐 때문에 아픈지 정확히 알고 싶은데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입원 치료도 진행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이 잘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동행한 딸 C씨도 "항암 약물 부작용으로 지방에서 왔는데 잘 치료받았으면 한다"며 "내부에 사람도 많고 꽤 길게 대기할 것 같다는데 자세한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 가족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응급실 앞을 맴돌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기존 입원 항암을 진행하는 일부 환자에게 외래항암을 권하거나 입원 날짜를 변경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외래항암은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것으로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치료 이후 귀가해서 구토나 손발 떨림 등 부작용을 겪었을 때 바로 대응하기 어려워 일부 보호자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과 같은 일명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은 신규 입원환자도 제한적으로 받는 등 전공의 업무 중단의 여파가 큰 편이다.

40대 남성 D씨는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의 뱃줄(PEG) 교체로 방문했는데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여유 침상이 없고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한참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뱃줄이라고 불리는 위루관은 영양분 섭취가 어려운 환자를 위해 위에 연결하는 튜브다. 위루관을 교체하거나 소독하기 위해선 병원에 다시 가야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포털(E-GEN)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낮 2시18분 기준 세브란스병원의 일반응급실 상태는 '빨간불'이다. 빨간불은 일반응급실에서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이 50% 미만이라는 소리다. 기준병상수 20개 중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은 1개뿐이었다.

다른 빅5 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빨간불'에 가용병상이 -9로 과밀화 상태로 나타났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 모두 사용 가능한 응급실 병상수가 전체의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응급실은 정상 진료를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상 일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20일 저녁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58건이다.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612명 중 6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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