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를 살 경우 현대차와 테슬라가 받는 국고보조금의 차이가 500만원 가까이 벌어졌다. 실제 두 차량의 성능은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지 않음에도 정부가 배터리 성능 요건 등을 추가하면서 차량 가격 격차가 커졌다. 국고보조금 개편안을 놓고 '정부가 국내 기업에 혜택을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가 지난 21일 확정한 2024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에 따르면 5500만원 미만 차량에 대해 정부는 최대 650만원까지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 제조사의 차량 할인 시 최대 100만원의 추가보조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1회 충전시 주행거리 △배터리의 ℓ(리터)당 전력량(Wh) △배터리 ㎏(킬로그램당) 유가금속 가격총계 △AS(사후관리) 운영체계 등에 따라 성능보조금을 줄이도록 했다.
보조금을 자국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이 북미에서 생산된 차에 한해 세제혜택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시행한 이후 각국의 보조금 정책은 보다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우선주의가 '게임의 룰'이 됐다. IRA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에서 현재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총 19개다. 브랜드별로 보면 쉐보레 2개·크라이슬러 1개·포드 3개·지프 2개·링컨 1개·리비안 5개·테슬라 5개로 모두 미국 브랜드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부터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환경점수를 매기고 이에 근거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프랑스로부터 먼 곳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운송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어 그만큼 보조금 혜택을 덜 받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 볼륨즈'에 따르면 지난달 프랑스 시장에서 푸조가 판매 1위를 달성했다. 보조금이 개편되기 전까지는 테슬라가 1위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모두 자국 산업 보호를 중심으로 보조금 제도를 바꿔왔다"며 "국내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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