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매가는 하락, 전세가는 상승하고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줄어들면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다시 유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지난달 월간가격 동향자료에 따르면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의 하락폭은 커지고, 전세가 지수는 상승이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2% 하락하며 전달(-0.15%) 대비 하락폭은 0.05%p 커졌다. 같은 기간 전세 가격지수는 지난달(0.21%)보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0.0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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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갭 1억원, 송파구도 2억원대…전국에는 '깡통전세' 주의━
실제 서울 내 1억원 갭도 확인됐다. 노원구 하계동 학여울 청구 전용 113㎡는 지난달 20일 8억55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이어 같은 날 같은 매물의 전세 계약은 7억5500만원, 매매가보다 1억원 낮은 가격에 잇따라 진행됐다.
송파구 송파동 송파아파트의 전용 83㎡는 지난달 13일 7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3일 5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2억1000만원의 갭을 형성했다. 지난달 이후 전세가 상승 여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80% 이상, 일명 '깡통전세' 아파트 거래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전체 거래 중 25.9% 비중을 차지했다. 지방 위주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전북은 57.3%, 충북과 경북도 절반을 웃돌았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역(逆)갭'도 볼 수 있다. 경남 김해시 삼계동 화정마을6단지 전용 49㎡의 지난 7일 매매는 9800만원에 같은 타입의 전세계약은 9일 뒤인 16일 9900만원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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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DSR 도입+투자 수요 위축에 '갭투자'는 한계━
하지만 당장 갭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불투명하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주요 주택 지역의 전세가율은 절반 수준이다. 또 최근 전세가율 상승은 연초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들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전세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변수다. 정부는 올해 안에 DSR 규제를 전세대출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한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관리 차원이다. DSR이 적용되면, 자신의 연 소득 가운데 빚을 갚는데, 필요한 원리금의 비율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제한된다. 이에 전세 수요자들의 추가 대출도 막히는 만큼 전세가도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와 매매 간 가격차가 좁아지면 갭투자, 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주택시장이 위축된 상황과 전세대출 DSR 적용시 전세가 하방 압력으로 갭투자 수요 증가 등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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