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부인 "푸틴, 중독 흔적 지우려 한다"...EU, 러 신규 제재 논의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4.02.19 22:14

"나발니 사망 관련 러 교도소 관리 제재 제안할 듯"

2013년 7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기차역에 도착한 알렉세이 나발니(왼쪽)과 그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 /AP=뉴시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남편의 사망 원인을 '독극물 중독'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제안할 예정이다.

19일(현지시간) CNN·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13번째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고, 나발니 부인 나발나야도 직접 참석한다.

보렐 대표는 "나발니의 아내가 직접 회의에 참석해 EU 장관들과 함께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라며 이날 회담에서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이 있는 러시아 교도소 관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제재가 제안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던 나발나야는 회의 도중인 지난 16일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나발나야는 당시 예정에 없던 연설에서 "푸틴과 그 주변의 모든 사람, 푸틴의 친구들, 그의 정부는 우리나라와 내 가족, 내 남편에게 저지른 짓에 대한 책임을 질 것임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나발나야는 나발니 사망 관련 국제사회 지지를 얻고자 EU 외교장관회의가 예정된 브뤼셀로 이동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 /사진=알렉세이 나발니 유튜브 영상 갈무리

나발나야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엑스(옛 트위터) 등에 올린 영상을 통해 "나발니의 대의를 이어갈 것이다. 나는 조국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자신과 함께 싸워 달라고 요청했다. 또 나발니 사망과 관련된 이들의 이름과 얼굴 등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했다.


나발나야는 나발니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8분짜리 영상에서 "푸틴은 내 아이들의 아버지를 죽였다. (나와)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은 나의 반쪽, 제 마음과 영혼의 절반을 죽였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남아있고, 그것은 나에게 항복한 권리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나발니 사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강조했다.

또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했다며, 러시아 당국이 중독 흔적을 없애기 위해 남편의 시신을 숨기며 "애처롭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발나야는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노비초크의 흔적이 사라질 것"이라며 "남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의) 이름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나발니 유족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쉬도 이날 엑스를 통해 "알렉세이의 어머니와 변호사가 아침 일찍 영안실에 도착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변호사 중 한 명은 말 그대로 쫓겨났고, (병원) 직원들은 알렉세이의 시신이 (영안실에)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당국이 의도적으로 나발니의 시신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비초크는 러시아 군사용 신경 독극물로, 나발니는 2020년 8월 이 독극물에 중독돼 독일에서 치료받았다. 이후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2021년 1월 러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극단주의·사기·법전 모독 등의 혐의로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아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지난 16일 사망했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유족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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