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이미 난리난 술"…시들한 위스키 인기, '데킬라'가 채운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24.02.20 10:33
주류업계가 '데킬라(Tequila)'에 주목하고 있다. 데킬라가 고(高)도주 시장에서 위스키의 인기를 이어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데킬라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 한국으로 옮겨오는 건 시간 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데킬라는 과거 취하기 위해 먹는 '저렴한 술'이란 선입견이 있었지만, 다양한 풍미와 고급화 전략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시장에서 데킬라 수요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데킬라의 인기를 선도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주류 통계 기관 IWSR에 따르면 데킬라는 미국에서 보드카·위스키를 제치고 지난해 증류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데킬라는 2013년 이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고도주 시장을 장악했다.

데킬라도 위스키와 같이 아무나 쓸 수 있는 이름은 아니다. 데킬라는 알로에와 비슷한 모습의 다육식물 용설란(아가베, Agave)으로 만든 멕시코 증류주다. 멕시코 할리스코주 데킬라시(市)와 인근 도시에서 만들어진 특산품인 '파란 용설란(blue weber agave)'으로 만든 증류주에만 '데킬라'라는 이름이 붙는다. 한국에 수입되는 데킬라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류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데킬라 인기가 조만간 한국에서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데킬라 수입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킬라(품목명:데낄라) 수입액은 2020년 253만1000달러(약 33억7888만원)에서 지난해 647만6000달러(약 86억5000만원)으로 4년 만에 1.6배 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데킬라가 인기를 끌면서 수입액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데킬라 수입량이 755톤(t)으로 866톤을 수입한 전년 동기대비 100톤 가량 줄었지만 수입액은 10%(60만 달러) 가량 늘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시장 형성을 주도하는 고급 제품이 더 많이 들어왔고, 중·저가 제품으로 수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류 업체들은 데킬라 인기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100만원대 프리미엄 데킬라 '코모스'를 선보였다. 코모스는 100% 블루 아가베로 만든 고급 데킬라 브랜드다. 미국 저명 주류 전문 잡지 '더 테이스팅 패널 매거진'에서 데킬라 브랜드로는 최초로 100점을 받으며 세계적 품질을 증명했고, 가격이 100만원대로 고가 제품이다.

글로벌 데킬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디아지오도 한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데킬라 '돈 훌리오 1942(Don Julio 1942)'를 출시했다. 돈 훌리오 1942는 아가베의 가장 달콤한 부분을 활용하며, 창립자인 돈 훌리오 곤잘레스가 직접 개발한 독자적인 효모를 사용해 발효한 게 특징이다. 디아지오는 글로벌 데킬라 브랜드 '카사미고스'를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순당은 세계적인 모델 캔달 제너가 출시한 '818 데킬라'를 선보였다. 데킬라가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에선 주로 유명인을 통해 유행이 퍼져가고 있는데, 이 같은 제품 중 하나다. 818 데킬라는 8년 이상 재배된 블루 아가베을 이용해 만들며 제품별로 오크통에 짧게는 3주, 길게는 8년가량 숙성 과정을 거친다. 미국에서 데킬라를 출시해 인기를 끈 유명인은 조지클루니, 마이클 조던, 드웨인 존슨 등이 있다.

주류업계는 데킬라의 인기에 대해 다양한 주종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가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일 주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맛과 향,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데킬라의 성장세는 위스키 중심의 고도주 시장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스트 클릭

  1. 1 항문 가려워 '벅벅'…비누로 깨끗이 씻었는데 '반전'
  2. 2 선우은숙 "미안합니다"…'유영재와 신혼' 공개한 방송서 오열, 왜
  3. 3 "감히 빈살만에 저항? 쏴버려"…'네옴시티' 욕망 키운 사우디에 무슨 일이
  4. 4 "췌장암 0.5㎝ 커지면 수술하기로 했는데…" 울먹인 보호자 [르포]
  5. 5 감옥가도 괜찮다는 의협회장…"수억빚에 중국집 취업한 전공의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