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사의 강력한 권한과 그만큼의 의무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4.02.20 05:20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첫 번째 관문은 18년째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시험성적 상위 0.5%안에는 들어야 원서라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1980~1990년대에는 물리학과, 유전공학과, 미생물학과, 전자공학과, 화학과 등 서울대 이공계 합격선이 의대보다 높은 경우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의대를 채우고 그다음 다른 학과의 정원이 채워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렵게 의대에 입학해 6년간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고시를 통과하면 비로소 의사 자격증을 얻게 된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 인턴· 레지던트 마치는데 3~4년을 더 보내야한다.

이렇게 의사라는 직업의 강력한 진입장벽이 세워지고 진료라는 독점권한이 주어진다. 그들에게 독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똑똑한 이들이 노력도 했으니 부와 명예를 움켜쥘 수 있도록 국가가 허락한 것일까?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 엄중한 임무를 아무에게나 맡겨선 안될 일이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환자를 치료할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환자 치료'의 독점권을 위임 한 것이다. 강력한 권한에는 이에 맞는 의무란 게 생긴다. 그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의료행위를 통해 독점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라고 권한을 보장해 준 게 아니란 의미다.

그런데 의사들은 자신들의 독점권이란 칼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휘두르고 있단 비난을 받는다. 의사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만만함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단 한 명의 의사라도 면허와 관련,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국민도 그저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대상 정도로 인식하는 셈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을 받는다"는 그들의 논리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국민의 10명의 8명이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일부 의사는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 여론의 화살은 방향을 바꾸어 정부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 환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부도 의대 정원 확대를 포기할 것이란 말로도 읽힌다.

국민들의 생명권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국민을 볼모로 한 투쟁을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필수 의료나 지역의료를 살리는 길이 의사 수 확대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 교육의 질이 문제라면 평가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국민들이 의사들의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라고 강력하게 의심하는 이유다.

우리가 의사들을 만나는 순간은 대부분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다. 내가 혹은 내 가족이나 지인이 아플 때 그때 의사를 만난다. 환자를 위해 정성껏 치료하는 의사는 존경심마저 들게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의사들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의사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떠나지 않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의사들에게 독점권을 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 말이다. 강력한 권리를 가진 직업군일수록 반드시 그만큼의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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