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8년 동안 AIIB 부총재는 다른 나라의 몫이었다. 그 사이 AIIB에서 한국보다 적은 지분율을 보유한 국가들도 부총재를 배출했다. AIIB 출범에 적잖은 기여를 한 우리 정부 입장에선 체면을 구긴 셈이다. AIIB 임원진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되는 올해 우리 정부가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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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AIIB 출범 당시에 무슨 일이?━
AIIB는 한국의 기여도를 감안해 총 12개국인 영구이사국 지위를 부여했다. 초대 부총재 한자리도 한국 몫이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AIIB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겸한 부총재로 선임됐다. 한국이 국제금융기구에서 부총재 자리를 수임한 건 200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이후 13년 만이었다.
당시 AIIB 부총재 수임 소식을 전한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기재부를 중심으로 물밑작업이 치열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홍 전 부총재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논란에 휩싸이며 취임 몇개월 만에 휴직계를 냈다.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2017년 6월에는 제주에서 AIIB 2차 연차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귀책사유'가 한국에 있었던 만큼 AIIB 부총재 자리를 되찾기 쉽지 않았다. 국장급 2명을 포함해 24명의 한국인이 AIIB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부총재 등 최고위직은 다른 나라의 몫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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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AIIB 부총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AIIB 지분율은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 한국, 호주, 프랑스, 인도네시아, 영국 순이다. 중국은 AIIB 출범 때부터 총재직을 맡고 있다. 현재 부총재 5명의 국적은 인도, 러시아,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이다. 이 중 한국보다 지분율이 낮은 인도네시아, 영국 국적 부총재의 임기가 올해 10월과 8월에 각각 끝난다.
연초에 한번의 기회는 있었다. 우르지트 파텔 전 AIIB 부총재는 지난 1월 건강상의 문제로 갑자기 사임했다. AIIB는 같은 인도 출신의 부총재를 정식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우리 정부가 대응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분율 2위인 인도의 부총재 자리를 가져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부총재 국제공모가 나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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