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남자 16강 직행 최대 고비 '인도', 레전드 유남규 "옛날 그 팀이 아니다" 초경계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 2024.02.19 06:01
남자 탁구대표팀 장우진, 임종훈, 이상수(왼쪽부터)가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칠레와 조별예선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2022 버밍엄 커먼웰스 게임에서 남자 탁구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인도 선수들. /AFPBBNews=뉴스1
"남자 선수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춰서 많이 올라왔다. 옛날 인도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유남규 탁구대표팀 훈련단장)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이 세계선수권 16강 직행을 위해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경기에 뛰는 선수부터 '탁구 레전드'까지 모두 경계하는 인도와 맞붙게 됐다.

세계랭킹 3위의 남자 탁구 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인도(세계랭킹 16위)와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3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남자 대표팀은 18일까지 조별예선에서 전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첫날(16일) 열린 폴란드(19위)와 개막전에서는 매치 스코어 3-1(3-2 3-1 1-3 3-0)로 이겼고, 다음날에는 뉴질랜드(35위)와 맞붙어 3-0(3-0 3-0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18일에는 칠레(33위)에도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이겼다.

이로써 남자팀은 3연승을 달리면서 16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18일 현재 3조에서는 한국이 3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인도와 폴란드가 각각 1승 1패를 기록하며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은 조 1위에만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받으며 24강 토너먼트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자 탁구대표팀 이상수, 장우진, 임종훈(왼쪽부터)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칠레와 조별예선 경기를 앞두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장우진(29), 임종훈(27·한국거래소), 이상수(34·삼성생명), 박규현(19·미래에셋증권), 안재현(25·한국거래소)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매 경기 출전 순번을 바꾸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폴란드전에서는 장우진-임종훈-안재현 순으로 출격했고, 최약체 뉴질랜드와 경기에서는 안재현-이상수-박규현, 칠레전에는 임종훈-장우진-이상수가 출전했다.

매 경기 상대를 압도하며 왜 톱시드 팀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한국. 이대로라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8강 진입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남자 대표팀은 그동안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에서 꾸준히 메달권에 들었다. 2001년 일본 오사카 대회 이후로는 9대회 연속 동메달 이상을 확보했다. 2008년 중국 광저우 대회 이후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이미 한국과 경기를 치른 폴란드는 칠레와 뉴질랜드전, 인도는 한국과 뉴질랜드전을 남긴 상황이다. 만일 폴란드와 인도가 한국전을 포함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길 경우 한국과 폴란드, 인도 세 나라가 3승 1패 동률로 물고 물릴 수 있다. 그럴 경우 서로 간의 득실 포인트를 따져 순위를 가리게 된다. 경기 결과에 따라 3위까지도 내려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남자 탁구대표팀 이상수, 장우진, 임종훈(앞쪽부터)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칠레와 조별예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이에 인도전은 남자대표팀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인도는 세계랭킹이 한국보다 낮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이미 인도는 대회에서 한 차례 이변을 일으킬 뻔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16일 열린 여자 탁구 단체전 1조 예선에서 중국을 상대로 매치 스코어 2-3으로 패배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며 톱시드를 배정받은 중국에 비해 인도는 다크호스로 분류됐지만 세계랭킹은 17위로 다소 밀렸다. 그러나 중국은 첫 주자로 나선 개인랭킹 1위 쑨잉샤가 1단식을 1-3으로 패배했고, 2번째 경기를 따낸 후에도 세계랭킹 2위 왕만위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지고 말았다. 중국은 예상치 못하게 매치 스코어 1-2로 밀리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칠 뻔했다. 그나마 중국은 4번째 경기 이후 쑨잉사와 왕만위가 제 페이스를 되찾으며 각각 3-1, 3-0으로 압승을 거두며 패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비록 경기는 중국이 승리했지만, 인도 탁구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인도와 맞붙게 되는 한국 남자 대표팀은 경계 대상 1호로 올려야 할 팀이 바로 인도였다. 인도는 남자팀 역시 데사이 하르밋(세계랭킹 67위), 아찬타 샤라드 카말(95위), 그나나세카란 사티얀(104위) 등 주전들 모두 까다로운 랠리 박자를 갖고 있는 난적이다.

데사이 하르밋. /AFPBBNews=뉴스1
아찬타 샤라드 카말. /AFPBBNews=뉴스1
이에 선수들도 인도전에 대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칠레전 종료 후 장우진은 "우리 선수들이 상대성 측면에서 인도 선수들을 조금 어려워하는 면이 있다. 인도 선수들은 기술이 화려하진 않지만, 굉장히 탄탄한데다 박자가 특이하기 때문에 초반에 상대 짧은 기술에 말려 점수를 앞서가지 못하면 막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분석에 나섰다.

임종훈 역시 "사실 오늘 경기(18일)부터 내일 있을 인도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인도 선수들은 이전 WTT 개인전에서 패한 적이 있을 만큼 까다로운 선수들이다"고 경계하면서도 "과거 데이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긴 적이 더 많다. 그런 거에 신경 쓰기보다 반드시 이기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가 이 시합에 나온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맏형 이상수는 "인도전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어려운 상대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경기력이 좋아질지, 또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하고 신경 써서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세혁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오른쪽 2번째)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선수들만 긴장하는 게 아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주세혁(44) 남자 대표팀 감독은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인도 선수들은 경험이 많고 게임 수가 좋다. 상대의 경기 운영에 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큰 기술보다는 테이블 가까이에서 펼치는 잔기술이 강한 편인데, 상대 서비스나 플릭 등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탁구 흐름에 능통한 주 감독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를 많이 하고, 땅이 크다 보니까 아래 지역부터 풀뿌리 탁구가 엄청 활성화됐다더라. 선수 출신 스태프들이 탁구협회를 맡으면서 이 정도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감독은 "대한체육회에 보고서를 쓸 때마다 '앞으로 인도가 무서울 것이다'고 했다"고 말했다.


1988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56) 대표팀 훈련단장은 "이전에는 인도 선수들이 자국에서만 연습해 국제 경쟁력이 없었는데, 이제는 에이스들이 전부 유럽에 나간다. 그리고 변칙 전술을 펼치면서 그런 구질을 못 받아본 선수들은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자 선수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인도도 많이 올라왔다. 옛날 인도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유남규 탁구대표팀 훈련단장(오른쪽). /사진=뉴스1


여자 탁구대표팀 전지희, 신유빈, 이시온(왼쪽부터)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조별예선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한편 신유빈(20·대한항공),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 이시온(28·삼성생명), 윤효빈(26·미래에셋증권), 이은혜(29·대한항공)로 구성된 여자 탁구 대표팀은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조별예선 1위를 확정했다. 여자팀은 18일 오후 1시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세계랭킹 9위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매치 스코어 3-1(3-0 0-3 3-1 3-0)로 승리했다.

이로써 3전 전승을 달리고 있는 여자대표팀은 쿠바전에서 패배하고 2승 1패를 기록 중인 이탈리아가 마지막 경기(말레이시아전)를 이긴다고 해도 같은 3승 1패가 되면서 승자승에서 앞서기 때문에 1위를 확정지었다. 한국은 16일 이탈리아전(3-0)과 17일 뉴질랜드전(3-0)에 이어 난적 푸에르토리코까지 꺾으며 순조롭게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전지희가 3-0 승리로 기선제압에 나선 한국은 2주자 신유빈이 아드리아나 디아즈와 '에이스 대결'에서 0-3으로 지면서 예선전 첫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시온이 3매치에서 첫 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판을 따내며 3-1로 승리했다. 이어 4번째 매치에서는 '맏언니' 전지희가 '막내' 신유빈의 복수를 해주려는 듯 디아즈를 3-0으로 완파하며 승리를 거뒀다.

오광헌(53) 여자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본선을 확정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선수들 다섯 명 모두 똘똘 뭉쳐 한 팀으로 이뤄낸 성과다. 남은 예선 쿠바전에서는 더 많은 멤버들에게 출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쿠바전에서는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윤효빈과 이은혜의 출전이 유력하다. 앞서 이은혜는 "뛰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벤치에서 보는 것도 같이 뛰는 마음이라 뒤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자 탁구대표팀 윤효빈(왼쪽)과 이은혜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 한국 남녀 탁구 대표팀 조별예선 일정


* ( )는 국제탁구연맹(ITTF) 팀 세계랭킹, 한국은 남자 3위/여자 5위.

▶ 2월 19일(월요일)
- 남자: 오전 10시 인도전(16위)
- 여자: 오후 8시 쿠바전(42위)

▶ 2월 18일(일요일)
- 여자: 오후 1시 푸에르토리코전(3-1 승리)
- 남자: 오후 5시 칠레전(3-0 승리)

▶ 2월 17일(토요일)
- 여자: 오후 5시 말레이시아전(3-0 승리)
- 남자: 오후 8시 뉴질랜드전(3-0 승리)

▶ 2월 16일(금요일)
- 남자: 오전 10시 폴란드전(3-1 승리)
- 여자: 오후 5시 이탈리아전(3-0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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