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오늘, 대구 지하철 화마에 수백명이 갇혔다..슬픔은 현재진행형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24.02.18 15:36
18일 대구 동구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2·18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1주기 추모식을 찾은 어린이가 추모 꽃밭에 꽃을 꽂고 있다. /사진=뉴시스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늘 붐비던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악의 지하철 사고로 꼽히는 이날 참사는 삽시간에 벌어졌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단 한 명의 방화 때문에 아까운 192명의 목숨이 날아간 비통한 사고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지하철 안전지침이 크게 바뀌었다. 가연성 재질인 폴리우레탄 폼 재질의 시트, 내장재는 불연재로 교체됐다. 지하철 역사 내에 인공암반 장식물들도 화재시 유해물질 발생 우려에 사라졌다.

비상시 문 개방 방법도 과거 작은 그림으로 안내돼있던 것이 문이나 문 바로 옆 좌석 위로 옮겨붙었고 출구마다 야광 유도표지판이 붙게 됐다.

2004년 기존의 철도법도 폐지하고 철도사업법과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건설법, 철도안전법으로 나누어 세분화했다.



192명 사망, 151명 부상.. 21년 전 바로 오늘, 벌어진 비극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추모의 벽 앞에서 유가족이 희생자의 얼굴 사진이 담긴 액자를 닦아주고 있다. /사진=뉴스1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아침 출근길 벌어진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지하철 사고이자 최악의 방화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19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발단은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1분으로 거슬러 간다.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불수와 심한 우울증을 앓던 김대한(당시 56세)은 휘발유 2L와 라이터를 들고 대구 달서구 송현역에서 1079열차에 올라탔다.

9시52분, 1079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던 순간, 김대한이 휘발유 가방에 불을 붙여 열차 바닥에 던졌다. 몇명의 승객이 그를 제지했지만 휘발유통은 바닥에 떨어졌고 삽시간에 열차에 불이 붙었다.

의자와 바닥, 천장이 모두 가연재였던 탓에 불은 삽시간에 커졌다. 1079호 승객들은 주 출입구를 통해 대부분 대피했다. 1079호 열차 기관사는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종합사령실에 보고하지 않은채 대피했다.

오전 9시54분, 대구소방안전본부 종합사령실에 '1079열차'에 대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탈출한 승객과 열차 안에 갇힌 승객, 가족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그러나 9시55분, 중앙로역에 진입한 또다른 한 대의 열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바로 1080호다. 그 시각, 사태를 인지한 종합사령실은 1080열차 기관사에 "중앙로역 진입시 조심히 운전해 들어가길 바란다. 지금 화재 발생했다"고 전달했다.

진입금지나 무정차 통과 지시는 빼놓은채 화재 발생만 알린 탓에 1080호 열차 기관사는 화재가 크지 않다고 판단, 중앙로역에 도착했다. 역에 들어서자마자 검은 연기가 가득차자 기관사는 즉시 출입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내 1079호에 붙은 불은 1080호로 옮겨붙었다.

이후 1080호 대피 명령이 내려왔지만, 전기가 끊겨 1080호 열차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문 수동 개폐방법을 몰랐던 승객들은 열차 안에서 처참히 사망했다. 결국 화재 발생 후 3시간만인 오후 1시38분쯤 화재가 진압됐지만, 사망 192명, 부상 151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유해들이 불에 타 처참하게 변하면서 수습도 3개월 이상 걸렸다.

방화를 저지른 지적장애인인 김대한은 무기징역을 받았고 복역 중 2004년 8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유족들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요? 여전한 상인과의 갈등



그러나 유족들의 아픔은 여전하다. 이후 대구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대구 동구 팔공산 일대를 추모공원화하기로 하고 '대구시민안전테마크'를 개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팔공산 상인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날 뉴스1에 따르면 팔공산 일대에서 영업하는 상인과 주민으로 구성된 '팔공산추모공원 반대투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추모탑 인근에서 추모식 반대집회를 열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2003년 2월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안전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8년 12월 국·시비와 국민성금 등 25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그러나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시설'이라며 건립 당시부터 반발해 왔고 이날도 반대집회와 추모 집회가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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