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AFP통신·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선 시민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푸틴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과 나발니 사진 등을 손에 든 시위대는 "푸틴은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폴란드 바르샤바, 리투아니아 빌뉴스 등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DC와 뉴욕 등에서도 나발니를 추모하고 푸틴에 책임을 묻는 시위가 잇따랐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16일 시베리아 감옥에 수감 중인 나발니가 산책 후 몸의 이상을 느낀 뒤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과거 푸틴의 정적들처럼 암살당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전날 나발니가 법원 심리에 원격으로 참석해 웃으며 농담하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나발니의 시신이 사라졌으며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암살설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국 32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400명 이상 체포·구속됐다.
나발니의 죽음이 다음달 러시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모스크바 검찰은 "대규모 집회는 현행법에 따라 행정 당국과 조율되지 않았다"며 불법 시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1년 나발니가 구속 수감됐던 당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점을 의식하며 미리 단속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야권운동의 '원톱'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수년 동안 러시아에서 반부패 운동을 이끌어왔다. 푸틴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 데 대해서도 쿠데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0년 그는 러시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상을 호소하다 중태에 빠지는 등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2021년 '푸틴 궁전'으로 불리는 흑해의 초호화 리조트를 폭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나발니 외에도 푸틴 정권에 찍혔던 인사들이 의문사한 사례가 많다. 2006년 11월 러시아 연방보안부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에 망명한 뒤 런던의 한 호텔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든 차를 마친 뒤 사망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은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파벨 안토프, 라빌 마가노프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던 재계 인사들도 호텔·병원 등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총에 맞아 숨졌고, 푸틴의 정적으로 지목돼 영국으로 망명했던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자택 욕조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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