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사입고 전공책 나누고…환경에 진심인 MZ의 소비법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이승주 기자 | 2024.02.18 14:36
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 중인 옷들은 기부품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사진=이승주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가게'.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패딩, 재킷, 바지 등 각종 의류와 식기류, 장난감, 인테리어 소품 등을 기부받고 재판매하는 곳이다. 자원 재순환의 가치를 중시하며 판매 수익금은 소외 계층에게 전달한다.

매장에는 평소 입던 옷을 기부하려는 사람들과 좋은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프리랜서 모델 조혜은씨(26) 역시 이날 검은색, 흰색 니트 두 벌을 기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조씨는 "2주에 한 번씩 이곳을 찾아온다"며 "비싸게 옷을 사고 파는 것보다 의미 있게 사고 파는 게 더 중요하다. 이곳에서는 가격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혜은씨가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한 니트 2벌. /사진=이승주 기자

최근 젊은 세대들이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를 중시하면서 리사이클링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중고샵에서 헌 옷을 기부·구매하는 것 외에도 학교 캠퍼스에 이면지 수거함, 중고책 기부함을 만드는 등 환경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2022년 롯데 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 따르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는 다른 세대에 비해 '기부상품 구매' '비건 동물보호' '돈쭐내기(선행 베푼 업체의 제품 구매)' '슬로건 패션(가치관에 부합하는 슬로건이 담긴 옷 구매)' 등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젊은 세대가 리사이클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의미 있는 소비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티셔츠가 기본 5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다. 대부분 빈티지 샵이 기본 3만원에서 시작되는 걸 고려하면 약 2배 저렴하다. 기부 영수증을 받으면 따로 세액공제도 된다.

최근 2년간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전모씨(27)는 "요즘은 저렴한 브랜드도 많아지고 사는 방식도 편리해져서 필요 없는 옷도 막 구매하게 된다"며 "나중에 그런 옷들이 쓰레기가 되는 걸 보면서 합리적으로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마련한 북 프리존 공간. 이곳에는 전공 서적을 자유롭게 기부, 나눔할 수 있다. /사진=독자제공

학교 캠퍼스에서도 리사이클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숙명여대 환경동아리 'SEM'에서 활동 중인 박시연씨(21)는 지난해 캠퍼스에 이면지 수거함과 전공 서적 나눔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해당 동아리에는 46명의 부원이 모여있다.


박씨는 "A4용지가 쉽게 버려지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전공 책도 한 번 쓰고 버리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들끼리 나눠 쓰면 더 합리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총 77권의 책이 기부됐고 책 종류도 경제, 경영, 사회, 정치 소설 등 다양했다"고 말했다.

폐자원 제품을 이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업사이클링도 유행이다. 온라인상에는 페트병 뚜껑을 색깔 별로 모아 녹인 뒤 키링, 그립톡, 열쇠고리로 만드는 인증샷이 올라온다. 양말 자투리를 이용해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커피 찌꺼기를 모아 말린 뒤 설거지 비누로 이용하기도 한다.

박씨는 "우리 세대는 기후 위기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역대급 폭염과 초강력 태풍, 사라지는 멸종 동식물까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걸 보면 걱정이 크다. 자연스럽게 일상적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캠퍼스에 마련된 이면지 수거함.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 뚜껑을 모아 키링이나 열쇠고리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사진=독자제공

환경을 위한 소비 활동이 개인의 자신감을 높여준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많은 선택지 중에서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 개인적으로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남들이 다 하는 유행에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가치관을 갖고 합리적으로 재판매, 재구매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기성세대들과 소비 가치가 다르다"며 "물건을 소유하는 게 익숙한 기성세대는 새 제품을 선호하는 반면 물건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는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도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중고 거래 등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교육도 많이 받았고 코로나19 등을 경험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낄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성향이 더 크다"며 "환경, 지속가능성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페트병 뚜껑, 양말 자투리 등을 이용해 만든 키링과 인형들. /사진=온라인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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