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사기'된 미국 교외 지역의 현실 [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 2024.02.18 06:00

편집자주 |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 중 빠질 수 없는 게 미국의 교외(suburb) 지역입니다. 밤에는 우범지대가 되기 일쑤고 열악한 공립학교가 교육 환경의 주를 이루는 도시를 떠나 마당이 있는 집, 안전한 길거리, 좋은 학군이 있는 교외에서 사는 것은 미국 중산층의 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미국의 교외 지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를 밀착 취재한 벤저민 헤롤드의 신간 '환멸'을 다룬 애틀랜틱의 2024년 1월 24일 자 서평은 다소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잘 요약해서 전해줍니다. 미국 교외의 붕괴는 특히 인종 간 사회경제적 격차 문제가 두드러집니다만 본질적으로는 공공 부문의 부채로 인한 '부동산 폭탄 돌리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낙후되는 인프라 문제와 이를 직시하길 꺼리는 선출직 지자체 리더십의 문제는 한국도 겪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산, 분당 등의 1기 신도시나 지방 대도시의 인프라 문제가 최근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합니다. 미국 교외의 붕괴를 보면서 미국 사회의 단면을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의 문제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거의 25년 전, 나는 노동자 계층이 주로 사는 시카고 서부 교외 지역인 시세로(Cicero)의 인구 변화에 대해 보도한 적 있다.

이탈리아계와 동유럽계 미국인 가정이 대부분이었던 이 마을은 수년 동안 흑인들이 자기 동네에 정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1951년 한 흑인 가족이 이사를 왔을 때 폭도들이 아파트에 들어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피아노를 창밖으로 밀어버렸다. 경찰은 이를 지켜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소집해야 했다.

2000년이 되자 지역사회의 경제적 기반이었던 인근 공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마을은 새로운 주민들--현재 시세로 인구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라틴계 주민들--에게 넘겨주고 백인 가구들은 시세로를 떠났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백인 가구들은 이 지역의 번영만 누리고, 노후화된 인프라를 수리하고 세수 손실을 메우는 일은 새로 들어오는 주민들에게 떠넘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벤저민 헤롤드의 '환멸'(Disillusioned)을 읽은 후 나는 당시 내가 목격한 것이 더 커다란 현상의 일부였음을 깨달았다. 미국의 교외는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 전문 기자인 헤롤드는 "수천 명의 유색인종 가족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교외로 이주했으나 정작 폭탄만 떠안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풍부한 취재가 돋보이는 이 책에서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시카고, 애틀랜타,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피츠버그의 교외에서 안락함과 희망을 찾았던 다섯 가족을 밀착 취재한다.


저자는 각 지역사회의 학교에 집중한다. 책에 나오는 가족들이 교외에 끌렸던 이유의 핵심이 바로 교육, 다시 말해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도시의 인종적, 경제적 균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보도가 있었지만 동일한 단층선이 교외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교외 지역이 미국인의 열망--집, 좋은 학교, 안전한 길거리, 풍부한 서비스--에 대한 매우 강력한 상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교외 지역의 인구는 약 3700만 명에서 1억 7000만 명으로 늘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사람, 공간, 돈의 재편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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