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5년 전, 나는 노동자 계층이 주로 사는 시카고 서부 교외 지역인 시세로(Cicero)의 인구 변화에 대해 보도한 적 있다.
이탈리아계와 동유럽계 미국인 가정이 대부분이었던 이 마을은 수년 동안 흑인들이 자기 동네에 정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1951년 한 흑인 가족이 이사를 왔을 때 폭도들이 아파트에 들어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피아노를 창밖으로 밀어버렸다. 경찰은 이를 지켜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소집해야 했다.
2000년이 되자 지역사회의 경제적 기반이었던 인근 공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마을은 새로운 주민들--현재 시세로 인구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라틴계 주민들--에게 넘겨주고 백인 가구들은 시세로를 떠났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백인 가구들은 이 지역의 번영만 누리고, 노후화된 인프라를 수리하고 세수 손실을 메우는 일은 새로 들어오는 주민들에게 떠넘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벤저민 헤롤드의 '환멸'(Disillusioned)을 읽은 후 나는 당시 내가 목격한 것이 더 커다란 현상의 일부였음을 깨달았다. 미국의 교외는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 전문 기자인 헤롤드는 "수천 명의 유색인종 가족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교외로 이주했으나 정작 폭탄만 떠안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풍부한 취재가 돋보이는 이 책에서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시카고, 애틀랜타,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피츠버그의 교외에서 안락함과 희망을 찾았던 다섯 가족을 밀착 취재한다.
저자는 각 지역사회의 학교에 집중한다. 책에 나오는 가족들이 교외에 끌렸던 이유의 핵심이 바로 교육, 다시 말해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도시의 인종적, 경제적 균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보도가 있었지만 동일한 단층선이 교외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교외 지역이 미국인의 열망--집, 좋은 학교, 안전한 길거리, 풍부한 서비스--에 대한 매우 강력한 상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교외 지역의 인구는 약 3700만 명에서 1억 7000만 명으로 늘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사람, 공간, 돈의 재편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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