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PA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강구할 것"이라 밝혔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 그 자리를 PA가 대체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PA는 주로 전공의가 부족한 '기피 과'에서 의사 대신 봉합·절개·처방 등을 담당한다. 원래는 미국식 제도로서 우리 의료법 체계에선 규정돼 있지 않다. 2016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공의의 주당 근무 시간이 100시간에서 88시간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병원 현장을 지키는 의사 인력이 부족해졌다. 하지만 수도권 병상은 증가해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의 빈 자리를 대체할 PA 수요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줄퇴사는 PA를 포함한 간호사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은 "의사단체가 파업하거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 자리를 비운다면 대한간호협회는 정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 현장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전공의 줄사퇴로 수술실에 있어야 할 전공의가 없게 되면 해당 상황을 실시간 복지부와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간호협회는 'PA 존재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해달라"고 주장해왔다. 합법적인 일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간호사들은 간호법안을 통과시켜 업무 범위를 명확화해달라며 국회와 정부에 호소해왔지만,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간호법안은 그해 6월 폐기됐다.
이후 복지부는 간호사들을 달래기 위해 그해 6월 '진료지원인력(PA) 개선 협의체' 운영안을 꺼냈다. 이 협의체는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환자 안전 강화 △서비스 질 향상 △팀 단위 서비스 제공 체계 정립 △책임소재 명확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꾸려졌다. 지난해 10월까지 6차례에 걸쳐 협의체를 개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만 가지가 넘는 의료행위 중 PA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정리해야 할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의료법 체계 내에서 PA에 대한 적절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건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언급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PA의 합법화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의협은 "PA는 의료법상 별도의 면허 범위가 정의되지 않은 불법인력으로서 PA의 의료행위 영역이 별도로 있다고 볼 수 없다"며 "PA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실시한다면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는 물론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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