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에 우르르' 클럽 불나자 아수라장…6분만에 벌어진 참사[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2.20 05:3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더 스테이션'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 당시 모습./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003년 2월2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나이트클럽 '더 스테이션'에서 화재가 발생해 10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밤 11시 나이트클럽 '더 스테이션'에서는 헤비메탈 그룹 그레이트 화이트의 공연이 열렸다. 기타 연주와 함께 오프닝 곡 'Desert Moon'(데서트 문)의 전주가 시작됐고, 밴드 멤버들 뒤로 무대용 불꽃 장치가 터지면서 공연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무대를 감싸고 있던 관객들은 보컬이 노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팔을 위로 뻗은 채 위아래로 신나게 뛰며 공연을 즐기기 시작했다. 화려한 불꽃이 뿜어져 나오자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는 참사의 시작이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더 스테이션'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 당시 모습./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보컬이 공연 첫 노래를 시작하려는 순간 무대 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무대 장치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으나 이는 준비된 상황이 아니었다. 무대 뒤에서 시작해 천장까지 불이 붙으면서 불길은 순식간에 번지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최대 수용 인원 404명을 넘어선 462명이 있었다. 화마가 이들을 집어삼킨 건 6분 만의 일이었다.

연기가 나기 시작하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사람들은 무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밴드는 연주를 중단했다. 놀란 보컬 잭 러셀은 "와, 이거 좋지 않네요"(Wow, that's not good.)이라고 말하고는 바로 무대를 떠났다.

화재를 감지한 한 관객은 출입문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대피를 지시했고, 놀란 관객들은 우르르 몰려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지만 나이트클럽에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었다. 불이 붙은 지 1분 만에 짙은 연기가 나이트클럽을 꽉 채웠고, 관객들은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우왕좌왕했다.

공연장에는 출구가 4개나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들어온 정문으로 향했다. 바 근처의 출구는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잠겨있었다. 무대 쪽 문은 "밴드만 사용해야 한다"며 경비원 두 명이 가로막아 접근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좁은 정문으로 몰려들었고, 출구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결국 병목현상으로 100명이 사망하고 230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밴드 그레이트 화이트의 기타리스트 타이 롱리도 이 사고로 사망했다.

화재 신고는 발화 1분 만에 접수됐다. 첫 소방차가 밤 11시 13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소방차 3대가 추가 배치됐다. 수백 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화에 나섰지만 빠르게 번진 불을 잡을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방송국 카메라맨, 화재 시작부터 포착


화재는 처음부터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역 방송국 'WPRI-TV'의 카메라맨인 브라이언 버틀러에 의해 포착됐다.

그는 사고 3일 전 미국 시카고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나이트클럽 압사 사고 이후 나이트클럽 안전에 대한 기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화재 사고를 겪게 됐다.

당시 버틀러의 카메라에는 화재가 시작되는 순간, 정문에 끼인 관객 등 사고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고, 이 중 일부는 방송을 통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아찔한 순간, 탈출하려던 사람들에 깔린 덕분에 생존한 이도 있었다.

생존자 라울 마이크 바르가스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가요!'라고 소리를 질렀고 서로 밀쳤다. 나는 밀려 넘어졌다. 사람들이 내 위로 넘어져 눌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패닉에 빠지기보다는 침착해지기로 했다. 움직일 수 없었고, 웅크린 채 있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내 위에 쌓인 사람들은 고통에 울부짖었고, 분노는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조용해졌다. 그때야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바르가스는 사람들에 깔려 넘어진 덕에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 위로 넘어진 사람들이 마치 방패 역할을 해줬고, 자신 위로 쌓인 사람들 틈을 통해 숨을 쉴 수 있었고, 다리 화상만 입은 채로 구조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연성 방음재, 소방 점검 '양호' 판정…경비원, 대피 막기도


이 화재 사고는 천장이 있는 실내 공연장에서 사용해선 안 되는 무대용 불꽃이 무대 주변의 벽과 천장에 있는 방음 스펀지에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었던 것은 물론 소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음재가 잘 타지 않는 '난연성'이 아닌 '가연성'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그러나 사고 몇 달 전 받은 소방 점검에서 이 나이트클럽이 사용한 가연성 방음재는 지적받지 않았고, '양호'(All OK) 등급 판정받았다.

화재의 원인이 된 무대용 불꽃 장치에 불을 붙인 밴드 '그레이트 화이트'의 투어 매니저 다니엘 비첼레는 2006년 200건의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인정해 4년 복역, 11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의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나이트클럽 소유주인 마이클·제프리 더데리안 형제는 각각 4년 복역, 11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의 징역 15년형과 10년 집행 유예, 3년 보호관찰, 5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베스트 클릭

  1. 1 태국 보트 침몰 순간 "내리세요" 외친 한국인 알고보니…
  2. 2 경매나온 홍록기 아파트, 낙찰돼도 '0원' 남아…매매가 19억
  3. 3 "아이고 아버지! 이쑤시개 쓰면 안돼요"…치과의사의 경고
  4. 4 민희진 "뉴진스, 7년 후 아티스트 되거나 시집 가거나…"
  5. 5 "김호중, 징역 3년 이상 나올 듯…바로 합의했으면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