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깜박" 밥 먹었다 속 쓰렸던 식도염 환자들…'아무때나' 먹는 약 뜬다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4.02.15 15:04
국민의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역류성식도염의 치료제 시장 판도가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하는 PPI(프로톤펌프억제제)에서 식사와 상관없는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로 바뀌고 있다. P-CAB 제제는 환자의 복용 시간도 편리해졌고, 약효 발현도 빠르고 강력해 PPI보다 진화한 치료제로 평가를 받고 있다. P-CAB 방식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원조인 HK이노엔대웅제약뿐만 아니라 여러 제약사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0여개의 제약사가 P-CAB 계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CAB 기전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물질 'ID120040002' 임상2상 계획을 승인받다. 제일약품도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신약 '자스타프라잔'의 신약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신청해 식약처가 검토 중인데 이르면 올해 하반기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자스타프라잔도 P-CAB 제제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이나 속이 쓰리거나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 듯한 느낌이 드는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역류성식도염 환자 수는 약 490만명으로 국민의 10%가 겪는 흔한 질병이다.

역류성식도염 치료제는 PPI 계열이 많았다. PPI 계열 치료제는 위산에 의해 활성화되기 때문에 식사 30분 전 복용해야만 효능이 나타난다. 또 약의 최대 효능이 나타나기까지 3~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에게는 식사 시간을 구분해 먹어야 하면서도 적용은 느린 약이었다.

새로 떠오른 P-CAB은 약의 효능이 위산 활성과 상관이 없다. 즉,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먹어도 된다. 환자의 복용 시간도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빠르고 강력한 약효 발현도 가능하게 됐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이런 장점 때문에 P-CAB은 등장과 동시에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갔다. P-CAB 시장은 2019년 3월 HK이노엔이 '케이캡'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출시 당시 P-CAB의 점유율은 2.2%에 불과했지만 2023년 4분기에는 18.7%로 크게 늘었다. PPI의 점유율은 53.6%로 여전히 크지만 P-CAB의 시장 잠식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단 평가다.

P-CAB 광풍에 케이캡은 국내 신약 중 역대 최단기간 내 연매출 1000억원의 벽을 뚫었다. 지난해 원외처방실적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1582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올해 목표 매출액이 1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P-CAB 시장은 내년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 제일약품뿐만 아니라 동화약품, 대원제약, 한림제약 등이 복제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경쟁사가 늘어나지만 P-CAB 업계 관계자는 "경쟁제품 출시가 반갑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함께 P-CAB 계열의 우수성을 알려서 시장을 키워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HK이노엔 관계자도 "기존 계열의 한계를 극복한 P-CAB 계열은 꾸준한 데이터 축적, SCI급 저널 논문 발표, 임상연구와 적응증 확대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며 "케이캡만으로 시장을 1500억원 정도로 키웠고 경쟁제품 등장으로 2000억원으로 넓어졌지만 앞으로는 파이를 더 늘려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도 "P-CAB 계열끼리의 경쟁이라기보단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함께 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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