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공, 돌아올 생각이 없는 탕아 [뉴트랙 쿨리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02.15 12:01
/사진=뱃사공 SNS


'탕아'는 래퍼 뱃사공의 상징과도 같은 키워드다. 뱃사공은 정규 2집 '탕아'로 제 16회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을 수상하며 평론가와 장르 팬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철들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낭만을 추구하는 뱃사공의 평소 모습 역시 탕아의 그것과 가까웠다. 그렇기에 많은 장르 팬들은 외골수 같은 성격을 가진 뱃사공의 자잘한 사고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거칠기는 하지만 범죄까지는 아니었던 그 행동들이 그의 캐릭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불법 촬영 혐의가 드러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이후 뱃사공을 바라보는 팬들은 그가 '돌아온 탕아' 처럼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집을 나간 탕아 뱃사공은 여전히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뱃사공은 14일 오후 12시 새앨범 'mrf**k'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f**k my life', '개**끼'를 포함,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발매 직후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뱃사공이라는 래퍼에게 부정적 시선을 가진 대중들은 물론 장르팬들마저도 부정적인 의견을 다수 내비쳤다.


앨범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발매 시기다. 뱃사공은 지난해 4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8년 피해자 A씨를 불법 촬영한 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다. 뱃사공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뱃사공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뱃사공은 출소를 2개월 앞두고 새 앨범을 발매한 것이다.


뱃사공은 두 번의 재판에서 모두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자 A씨는 지난 8월 항소심이 선고될 때까지 공탁금 수령을 거절했다. 뱃사공 측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협박·회유하고 뒤에서는 자신을 헐뜯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범죄로 발생한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통한 용서도 받지 못하고, 법으로 정해진 형량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건 그저 '옥중 앨범'이라는 수식어를 건지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사진=앨범 커버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의 가사는 재판 전에 냈던 노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긴 전부 떠난 뒤 빈집 눈치 없이 만들지 real shit 구차하게 구걸 안 해 민심 내 가사는 항상 진심"('f**k my life), "내 셔츠엔 똥물 튀었지 알아서 피해 오 집 밖은 어지러워 오 다시 나 거리를 걸어 친구야 거리를 둬"(개**끼) 등 자신의 상황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담겨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노빠꾸' 혹은 '곤조'라고 표현할 수 있는 뱃사공만의 음악이고 많은 장르 팬들이 사랑했던 모습이다.


그러나 재판 후의 이러한 가사들을 단순히 '낭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거북하다. 대중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시기, 뱃사공이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일으켰을 때 장르 팬들이 그를 품을 수 있었던 건 음악을 통해 뱉는 말과 실제로 보여주는 행동이 일치했고, 그래도 수용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분명히 뱃사공의 범죄는 수용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었다. 더욱 실망스러운 건 이들의 태도다. '몰카'를 찍은 당사자와 이를 격하게 옹호했던 친구들이 한 트랙(Ah Shit)에서 "Free 뱃"을 외치는 모습은 여전히 이들이 반성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뱃사공은 자신의 범죄로 인해 감옥에 있는데, 이를 옥중 투사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싶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예술가와 작업물을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래퍼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힙합의 큰 특징은 이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그리고 솔직하게 직진하겠다는 음악 뒤로 피해자를 회유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괴리감만을 일으킨다.





/사진=뱃사공 SNS


'옥중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이센스의 'The Anecdote'와 유사하다. 그러나 앨범이 발매된 이후의 평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센스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복역 중이던 2015년 'The Anecdote'를 발매했다. 가수의 복역 중 음반이 발매된 한국 최초의 사례였다. 대마초 흡연과 관련된 내용이 직접적으로 담긴 노래는 없었지만, 이센스의 자전적인 음악은 그의 암울했던 과거를 숨김없이 담아냈다. 그렇기에 장르팬들은 범죄 행위를 응원하거나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음악의 진실성만큼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범죄 후 발매한 앨범을 통해 자신의 범죄 내용을 직접적으로 담아낸 사례로는 허클베리 피의 'A Few Month Later'가 있다. 2022년 7월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냈던 허클베리피가 2023년 5월 발매한 앨범이다. 해당 엘범에서 허클베리 피는 음주 운전을 하고 심지어 사고까지 낸 자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음악을 그만둘 수는 없다'는 마지막 트랙은 듣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래도 앞선 트랙들은 진지한 반성을 담아냈다.


그러나 뱃사공은 이도 저도 아니다. 자신의 범죄를 하나의 훈장쯤으로 여기는 모습에서는 진지한 반성은 느껴지지 않고, 음악과 다른 실제 모습에서는 진실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옹호해주는 친구들과 맹목적으로 지지해주는 몇몇 팬들만 안고 가겠다는 자세는 돌아올 생각이 없는 탕아의 모습이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돌아온 탕아에게 아버지는 그전과 같은 사랑을 베푼다. 그러나 탕아가 돌아올 생각이 없다면 아버지가 사랑을 베풀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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