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차피 국민들은 공약 안 봐요"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 2024.02.16 05:41

[the300]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정부합동청사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검표 개표 시연을 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투명성·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개표 과정에 사람이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2024.01.22.

"어차피 선거 결과는 공약이 좌우하지 않아요."

한 야권 정당에서 정책과 공약을 담당하는 한 실무진의 말이었다.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본인도 머쓱해했지만 "여러 차례 선거를 경험해보니 이게 사실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많은 정치권 인사들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구도 60%, 인물 30%, 그리고 시대 정신과 맞물린 이슈 10% 남짓 정도를 꼽는다. 유권자들이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공약은 주로 유권자 눈길을 끌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특히 지역 유권자들이 환영할만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발표했던 철도·역사 지하화 공약이 대표 사례다. 민주당은 수도권의 모든 지상철도를, 국민의힘은 주요 도시 중심부를 갈라놓는 지상구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작 어느 쪽도 수십조원에 달할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지 현실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현 제도의 '폐지'도 선거 단골 공약이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특정한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 제도를 무작정 없애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제도 하나를 바꾸려면 제도 폐지로 인한 손익과 대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치권이 매번 단편적인 폐지 공약을 내놓는 건 어차피 공약은 정치력과 결단, 유능함을 부각할 수단일 뿐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올해 총선 역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개혁신당), 국회의원 수 250명으로 감축(국민의힘) 등의 공약이 등장했다.

한국매니패스토운동본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지역구를 가진 21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51.83%에 불과했다. 초라한 숫자지만 그나마 19대(51.24%), 20대(46.8%)에 비해선 오른 것이다. 공약은 공(空)약일뿐이라는 여전히 견고하면서도 서글픈 통념을 깨는 힘은 국민들에게 있다. 국회 의석 몇 석 확보가 아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후보와 정당에게 한 표를 행사한다면 이 통념도 언젠가 깨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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