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자율규제는 이제 끝났나

머니투데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 2024.02.15 02:03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해 12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가 법적 규제를 받게 됐다. 2015년부터 8년간 지속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꾸준히 보완·강화됐지만 법적 규제가 발효되면서 무력화됐다. 한편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자기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공정위는 자율규제를 기조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와 이용자 보호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용자 불만처리 및 보호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자율규제를 추진했는데 법적 규제로 방향을 180도 선회한 것이다. 과연 자율규제는 이제 끝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까.

자율규제란 민간이 정부가 맡았던 규제영역에 참여하고 정부는 이러한 민간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협력하고 지원함으로써 규제를 합리화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제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규제를 준수하는지 감시하는데 비용이 들지만 자율규제가 정부의 강제적 규제의 대체재로 기능해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다는 편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기술변화가 빠른 인터넷에서 청소년 유해정보나 불법정보 관리, 온라인·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및 청소년 이용자 보호분야에서 자율규제가 적용됐다.

일각에서는 자율규제를 하게 되면 규제의 강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는 역사적으로 영미권에서 정부와 기업관계의 근간을 이뤘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정부규제라는 공공재를 민간이 자발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같다. 자율규제가 낮은 수준에서 이뤄지면 오히려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율규제는 일반적으로 법적 규제보다 규제수준이 높다. 또한 정보 비대칭 문제에 대응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에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법적 규제는 사회질서 유지, 공익보호, 시장실패 방지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빠른 기술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렵고 세부적인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규제 피로도를 높이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법적 규제는 운영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물 등급심사는 대표적인 법적 규제로 게임의 내용을 심사해 등급을 부여하고 판매 및 이용에 제한을 설정한다. 이는 청소년을 유해정보로부터 보호하고 게임문화를 건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기관이 등급을 부여했다. 즉 민간게임의 등급을 매기는 데 국민 세금이 사용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AI 등 기술혁신과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지만 과도한 기술규제를 하고 있어 스타트업 투자 및 생태계가 위축되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규제 관점에서 한국은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텔아비브, 싱가포르와 같은 기술친화적인 지역만큼 혁신적이지 않다. 실제로 미국 유니콘 창업자 배출대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들은 뒤처졌으며 뛰어난 한국인 창업자들의 해외 이전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제강화보다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투자를 저해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쇠퇴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혁신을 위한 규제방식으로 자율규제를 폐기하고 법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율규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효율적인 규제방식이다.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높은 수준의 규제를 유지하며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지 않는 자율규제를 적극 활용해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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